탄핵 찬·반 시위자 간 고성… D-1 헌재 앞 긴장 고조

입력 2017-03-09 17:44 수정 2017-03-09 21:17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헌법재판소가 9일 경찰버스로 만든 차벽에 둘러싸여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경찰은 서울 전역에 을호비상을 발령했다. 김지훈 기자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 분위기는 삼엄했다. 탄핵 반대 단체들은 조바심을 내며 마지막 전력을 끌어올렸다. 경찰은 120개 중대에 경찰버스 360대의 대규모 경력을 투입했다. 골목에도 경찰을 배치해 통행을 엄격히 통제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틀째 ‘3박4일 릴레이 집회’를 이어갔다. 탄기국은 오전 9시부터 헌재에서 약 200m 떨어진 서울노인복지센터 앞에서 초대형 스피커를 동원해 “탄핵 기각”을 외쳤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재판관들을 향해 “탄핵을 각하하지 않을 경우 국가 내란을 주동한 자로 규정해 역사적 심판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온이 9도를 웃도는 따뜻한 날씨에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어났다. 집회 참가자들은 노인복지센터에서 낙원악기상가 근처 차도까지 점령했다. 집회 참가자 박모(73)씨는 긴장된 모습으로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위헌적 탄핵 소추였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탄핵이 기각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헌재 건너편 인도에는 오전부터 평소보다 많은 1인 시위자가 모였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위자 한명마다 경찰 대여섯명이 경비를 섰다. 경찰이 규정에 따라 1인 시위자 간 일정 거리를 둬야 한다며 시위자들을 떨어뜨려 놓으려 하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헌재를 향해 삼천배를 올리던 한 60대 여성은 “박 대통령을 생각하면 너무 답답하고 슬픈 마음”이라며 “나부터도 그렇지만 만약 탄핵이 인용된다면 죽으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1인 시위자도 있어 찬성과 반대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재동초등학교 삼거리 차도에서 한 찬성 시위자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태극기를 더럽힌 사람들이 왜 태극기를 들고 있느냐”며 소리치자 반대 측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경찰이 둘을 제지해 분리했다.

헌재 인근 거리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대학생 1인 시위자와 탄핵 반대 1인 시위자가 한 뼘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상황도 있었다. 경찰이 이들을 둘러싸 충돌은 없었지만 침묵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행주치마의병대, 엄마부대 등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헌재 건너편에서 연쇄 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를 주장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오후 7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긴급 집회를 열고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헌재 방향으로 행진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등 청년단체들도 안국역 5번 출구 앞에 철야 농성장을 꾸리고 밤새 집회를 열었다.

경찰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단체의 과격 폭력행위와 충돌, 돌발행위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헌재 결정을 방해하는 불법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엄정하게 대처해 달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재판관 등 주요 인사의 신변 위해에 대해서는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가짜뉴스 등 온라인 유언비어·괴담은 신속하게 내·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청은 10일 0시를 기해 24시간 서울 지역에 갑(甲)호 비상령을 내릴 계획이다. 갑호 비상령은 경찰 경비태세 중 최고 수위로 극도의 혼란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을 때 발동된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