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에 앞장서 온 아이슬란드가 ‘동일노동 동일임금 인증제’를 도입한다. 성별 연령 국적 신분에 상관없이 같은 일에 같은 대가를 주겠다는 취지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한편으론 꿈같은 일인데,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은 아이슬란드가 세계 최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정부는 8일(현지시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인증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이달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찬성하고 있어 의회 통과는 확실시된다. 아이슬란드 정부는 2020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기업이 세금·회계감사 보고서를 제출할 때 인증서를 함께 요구할 방침이다.
톨스타인 비그런드선 사회복지평등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평등권은 인권”이라며 “이제 차별에 대해 급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남녀는 직장에서 평등한 기회를 누려야 하고, 이는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1975년 여성 총파업을 벌여 남녀고용평등법을 이끌어낸 ‘여권(女權) 선진국’ 아이슬란드의 새로운 실험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간 스위스나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비슷한 인증제를 도입한 적이 있지만, 모든 사업장이 인증서를 제출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슬란드는 2022년까지 성별 임금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국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구 33만명의 소국인 아이슬란드는 세계에서 성 평등이 가장 잘 실현되는 국가로 꼽힌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 8년 연속 가장 성 격차가 작은 국가로 아이슬란드를 선정했다. 아이슬란드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임원 4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등 각종 성차별 해소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슬란드 여성은 여전히 남성보다 14∼18%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에 아이슬란드 여성 직장인들은 지난해 10월 오후 2시38분에 퇴근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남녀 임금 격차를 고려했을 때, 이 시간부터 여성은 무보수로 일한다는 주장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남녀 임금격차 없애자”… 아이슬란드 동일임금 인증 의무화
입력 2017-03-09 18:38 수정 2017-03-09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