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PC서 막힌 음란물… 스마트폰 앱서 활개

입력 2017-03-10 00:00

직장인 서모(28)씨는 스마트폰으로 SNS 애플리케이션을 켜서 야한동영상을 본다. PC로 접속했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띄우는 차단 페이지에 가로막혔을 음란물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앱으로 접속하면 야동을 보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서씨는 9일 “얼마 전 SNS에 있는 음란물 사이트가 정리된 ‘지라시’를 받고 나서부터는 PC보다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란물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 PC와 달리 앱에서는 “이 사이트는 유해 사이트”라며 접속을 막는 ‘차단 페이지’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도 쉽게 음란물을 볼 수 있다.

방심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음란하거나 사행성이 짙은 사이트들을 심의한다. 심의 결과 국내 사업자가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면 방심위는 사업자에게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해외사업자에게는 이런 요구를 하기 어렵다.

방심위는 해외 사이트에 시정을 요구하는 대신 ‘KCSC(방심위·Korea Communications Standards Commission) Warning’으로 시작하는 차단 페이지를 띄운다. 페이지에는 ‘불법·유해 내용이 있어 해당 사이트가 차단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PC로 SNS에 있는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이런 차단 페이지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각종 음란물들이 올라오는 SNS인 텀블러에서도 차단 페이지로 막힌 여러 사이트들을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스마트폰 앱으로 사이트에 접속하면 차단 페이지가 나타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앱은 PC보다 강한 보안 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에 방심위가 차단 페이지를 띄워 접속을 막기 어렵다. 방심위 관계자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어 앱을 통한 접근을 막기는 어렵다”며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볼 수 있는 음란물은 빠르게 확산된다. 이용자들이 이메일 주소나 출생연도 등 간략한 정보만 적어내면 간단히 스마트폰 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음란 사이트 주소를 모아놓은 지라시가 메신저를 타고 퍼져나가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 사이트 지라시가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했다.

SNS가 음란물의 주요 통로라는 점은 정부 조사로도 확인된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0월 전국 초·중·고교 학생들 1만5646명에게 실시한 ‘2016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4명꼴로 지난 1년 동안 성인용 영상을 봤다. 이 가운데 SNS로 영상을 보는 청소년은 18.1%(중복응답)에 이르렀다. 청소년들이 영상을 보는 경로로 가장 많이 꼽았던 포털사이트(27.6%)와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SNS를 통한 음란물은 대부분 PC보다는 스마트폰으로 유통된다. 서울 스마트쉼센터 관계자는 “요즘 스마트폰은 화면도 커지고 화질도 좋아져 음란물 중독자들이 굳이 PC만 고집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도 음란 사이트를 단속하고는 있지만 힘이 부친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는 “‘해외 SNS에 음란물이 올라온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경찰은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한다”며 “SNS 음란물들을 단속하고는 있지만 음란물 사이트가 우후죽순 돋아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했다.

글=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