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다시 증가세로… 보금자리론이 끌어올렸다
입력 2017-03-09 18:34
꺾일 것 같았던 은행권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달에만 3조원 가까이 늘어 가계부채 폭증기인 2015∼2016년의 2월 평균 증가액(3조3000억원)과 유사한 증가 패턴으로 돌아왔다. 은행권 여신심사 강화 여파로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심해졌다. 1월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무려 2조4720억원이나 늘었다.
한국은행은 9일 발표한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국내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이 지난달 2조9209억원 늘어 1월 증가액 690억원보다 42배 더 증가폭을 키웠다고 밝혔다. 이는 2010∼2014년 2월 평균 증가액 9000억원보다 역시 3배 이상 많은 증가폭으로, 1월 꺾였던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복원된 것이다. 세부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2조1000억원,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신용카드 결제금액 등을 모두 포함한 기타대출이 8000억원 정도 늘어났다.
한은은 정책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 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견인했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예고에 목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정책모기지 상품에 몰렸다는 분석도 있다. 2월중 u-보금자리론 금리는 10∼30년 만기 기준으로 연 2.80∼3.05%를 기록해 은행권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가중평균 금리인 3.16%보다 낮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금자리론 금리가 낮다보니 연중 한도가 채워질 때까지 다른 상품보다 먼저 창구에서 소진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론 같은 정책모기지 상품은 시중은행이 판매만 대행하기에 은행별 가계대출 실적으로는 잡히지 않으나 가계대출 총량에는 반영된다. 실제 6대 시중은행의 2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2월 8617억원 줄어 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음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이 늘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은행권 대출 문턱 높이기에 따른 제2금융권 대출 수요 몰리기도 반복됐다. 한은이 별도 집계한 1월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4720억원이었다. 지난해 12월 증가액 4조2795억원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앞서 한은은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1월 9775억원 늘어났다고 발표했다가 집계 오류로 이를 수정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가계와 달리 기업대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은행의 기업 원화대출은 2월 4조4000억원 늘어 758조3000억원의 잔액을 기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1월에 비해 대출 증가액이 절반 이하 수준으로 줄었는데, 유독 자영업자 대출인 개인사업자대출만 증가폭을 키웠다. 개인사업자대출은 1월에 1조3000억원, 2월에도 1조7000억원 증가를 기록했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