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보증 허점 노려 79억 사기 대출

입력 2017-03-10 05:00
미분양 아파트 건축비를 마련하려고 가짜 분양자를 내세워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을 받아낸 건설회사 사주와 브로커 등이 무더기로 구속됐다. 뇌물을 받고 영세 축산업자 등에게 신용 보증서를 발급해준 신용보증기금 간부도 검찰에 잡혔다. 공공기금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기동)는 아파트 분양 신청자를 가짜로 꾸며내 한국주택금융공사로부터 주택신용보증을 받고 79억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건설회사 사주 신모(55)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 회사 대표 이모(65)씨 등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신씨 등은 2011년 11월부터 2년6개월 동안 양천구 신월동, 성동구 용답동 등 서울시내에 재건축 아파트를 건설했으나 분양이 되지 않자 공사대금을 마련하려고 사기행각을 꾸민 혐의다. 거래처와 지인 등 38명의 명의를 빌려 분양받는 것처럼 분양계약서와 재직증명서 등 서류를 꾸며 주금공에서 보증을 받아냈다. 이 보증을 은행에 제시해 79억원을 대출, 명의자 통장에 입금된 대출금을 건설사 법인 통장으로 옮긴 뒤 공사대금으로 썼다. 신씨는 회사자금 7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출에 필요한 심사는 서류로만 척척 진행됐다. 은행은 공사의 보증만 믿고 79억원을 내줬다. 검찰은 주금공 등에도 연관된 사람은 없었는지 여부를 수사했지만 공범은 없었던 것으로 결론 냈다.

검찰은 명의를 빌려준 38명 중 200만∼1900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13명도 사기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나머지 25명은 지인이나 하도급업체 직원으로 명의에 대한 대가를 받지는 않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뇌물을 받고 신용보증서를 발급해 준 신용보증기금 간부도 구속 기소됐다. 신보 특화사업 영업본부장 곽모(53)씨는 2009년부터 2015년 12월까지 신용보증서를 발급해 주는 대가로 12차례에 걸쳐 모두 4800여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이에 관여한 브로커 4명도 특경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곽씨에게 보증서를 발급받은 영세업체들이 은행에서 대출받고 갚지 못한 금액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두 건의 사건에서 대출 브로커 등이 얻은 범죄수익 11억1200만원을 몰수, 추징 보전청구를 통해 전액 환수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가재정 관련 비리는 기금 등 국고의 부실화를 초래하는 고질적·구조적 비리”라며 “공공기금을 대상으로 하는 비리를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