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암울해진 고용, 더 닫혀버린 지갑

입력 2017-03-09 17:39 수정 2017-03-09 21:26

고용시장이 ‘시계 제로’ 상황에 봉착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4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에도 고용 환경은 개선 기미가 없다. 지난 1월 100만명을 넘어선 실업자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소비심리 위축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오는 15일 발표 예정인 ‘2월 고용동향’과 관련해 “공무원 시험 등을 치는 이들이 늘어 청년실업자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9일 밝혔다. 비경제활동인구로 고용지표에 반영되지 않던 청년들이 고용시장에 뛰어들면서 실업자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에도 실업자 수가 1월보다 32만9000명 늘었다.

고용 부진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4.4로 4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물가상승률이 6개월간 1% 이상을 기록한 점도 작용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수출 회복세에도 기업들이 투자나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2017년 3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은 고용 부진 요인으로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대외 통상 현안, 국내 상황 등을 꼽았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이달 중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자본유출 가능성에 국내 금리도 상승 압박을 받게 된다. 미국·중국과의 통상 마찰도 거세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미국 상무부에서 61%의 반덤핑 관세 폭탄을 맞았다. 중국은 ‘사드 보복’으로 한국 관광 금지를 비롯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9월부터 6개월째 이어져 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방향타를 쥔 정부 기능이 마비돼 명확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