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탄핵’ 정국을 대비하라… 정치권 긴박

입력 2017-03-09 18:02 수정 2017-03-09 20:50
여야는 9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각 당은 헌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포스트 탄핵’ 정국 구상에 몰두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로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진행했다. 소속 의원과 원외당협위원장, 당직자 등에게는 당분간 국회 주변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10일 헌재 선고 직후엔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선 헌재 선고 이후의 당 노선 등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방향을 정하지는 못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의견을 수렴했다”고만 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당사에서 열린 신임 주요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저희들이 잘못한 게 많이 있지만 그래도 그냥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강경 친박(친박근혜)계는 노골적으로 탄핵 기각·각하를 주장하는 등 막판 여론전에 안간힘을 썼다. 윤상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모두 최순실씨에게 떠넘기며 “박 대통령은 탄핵당할 만큼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은 탄핵 인용에 무게를 두고 극우세력의 집단행동 등 국정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동시에 탄핵 인용 시 본격화될 조기대선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비상의원총회에서 “박 대통령이 오늘(9일)이라도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하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겨냥해 “헌정 파괴세력은 엄벌돼야 한다. 바른정당은 헌재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겠으며, 탄핵이 기각되면 의원직 총사퇴로 책임지겠다”고 했다. 바른정당은 9일 저녁 비상시국회의를 열었다. 탄핵 인용 이후엔 한국당 의원들의 탈당을 더욱 압박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헌재 결정 승복을 거듭 촉구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어떤 결정이 나와도 승복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통합을 위해 해야 할 마지막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를 거론하며 “박 대통령은 2004년 4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헌재 결정 승복 여부에 대통령이 답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 질문을 박 대통령에게 하고 싶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헌재 선고 직후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당의 전략을 논의할 방침이다. 고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한국당 의원들이 탄핵 기각·각하 촉구 탄원서를 제출한 데 대해 “뻔뻔하고 추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국론 분열 최소화에 방점을 찍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원내정책회의에서 “헌재가 국민의 뜻에 따라 박 대통령 탄핵소추를 인용할 것”이라며 “국민의당은 질서 있는 수습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는 대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