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통상장관,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첫 회담

입력 2017-03-10 00:03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현지시간으로 8일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회의실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미 통상장관이 만났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으로선 취임 후 다른 국가 각료와 갖는 첫 회담이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본격적으로 ‘통상·산업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나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형환 장관이 8일(현지시간) 로스 상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충실한 이행, 제조업 투자, 에너지 협력 확대 등 양국 정부가 우선순위를 두는 정책 분야에서 더 큰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로스 장관이 전날 ‘(미국에 대한) 나쁜 무역협정’의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힌 직후라 회담 내용에 관심이 쏠렸다.

산업부에 따르면 로스 장관은 에너지 분야, 기계·장비 등 공산품 분야에서 교역이 확대될 가능성을 긍정 평가했다. 반도체 등에서 공동 발전을 위한 공조에 관심을 보였다. 주 장관은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첨단 원천기술과 한국의 제조 생산기술을 융합하자는 취지다. 한·미 양국은 에너지·공산품 교역 확대, 첨단산업 기술 교류를 통한 제3국 공동 진출, 철강산업 구조조정 등에서 국제적 협력 등에 합의했다.

또한 주 장관은 오는 15일로 발효 5주년을 맞는 한·미 FTA의 성과를 알리는 데 공을 들였다. FTA 발효 이후 2011∼2015년 한국 기업의 투자로 1만여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고, 평균 연봉도 9만2000달러로 미국에 투자한 아시아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취임 이전부터 한·미 FTA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하게 드러낸 데 따른 대응이다.

한국무역협회가 9일 발표한 ‘한·미 FTA 5주년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FTA 발효 이후 5년 동안 두 나라의 교역은 연평균 1.7% 증가했다. 미국의 한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발효 전인 2011년 8.50%에서 지난해 10.64%로 뛰었다.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다.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도 발효 전 2.57%에서 지난해 3.19%를 기록하며 0.62% 포인트 상승했다.

한편 주 장관은 로스 장관 외에도 지난 5일부터 미국 의회에서 주요 통상정책 승인 권한을 가진 오린 해치 상원 재무위원회 위원장, 론 와이든 상원 재무위 간사,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전 이사장 등을 만났다.

세종=서윤경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