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대선주자들 공개일정 접고 지지율 제고 구상

입력 2017-03-09 17:59 수정 2017-03-09 21:07
야권 대선 주자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공개 일정을 최소화하고 ‘포스트 탄핵’에 대비한 정국 구상에 들어갔다. 탄핵 국면에서 불거진 분열과 갈등을 치유·통합하고, 탄핵 이후 지지율을 견인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몰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엄중하게 (탄핵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기조 아래 공개 일정 없이 주로 자택에 머물렀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10일 탄핵이 결정되는 만큼 오늘은 탄핵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하고, 탄핵 이후 전개할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의 구체적 내용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외부 자문인사 등을 비공개로 만나면서 탄핵 이후 정국 구상에 집중했다. 더불어 캠프 TV토론본부장인 신경민 의원 등과 함께 14일로 예정된 토론회 준비도 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방송 인터뷰 한 건을 제외하고는 비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정치권 원로 및 각계 인사들을 만나 탄핵심판 이후 국민 통합 방안 등에 대한 조언을 청취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이를 바탕으로 탄핵선고 직후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조계종 등 5대 종단 주요 인사들을 만나 통합 메시지 전달에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탄핵 이후에는 변화와 혁신보다 통합형 리더십에 국민적 관심이 쏠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각각 오전·오후 서울 종로 조계사를 찾아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예방했다. 이 시장은 불교계 현안 청취 외에는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탄핵 결정 관련 입장과 향후 캠프 기조 등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 시장 측은 탄핵 인용 여부와 관련 없이 ‘국가 대개혁 완수’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강점인 ‘선명성’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8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 중인 안 지사는 불교계 예방에 앞서 광주지역 언론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안 지사는 “광주시민 여러분들로부터 대연정과 최근 ‘선의’ 발언에 이르기까지 많은 걱정 말씀을 들었다. 많이 배웠고 부족한 것은 고쳐나가겠다”며 “저 안희정은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유일한 선택이자 자부심 어린 선택”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안 지사 측은 탄핵 선고일부터 주말 동안 3일간 캠페인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캠프 전략실장인 이철희 의원은 “그동안 강하게 대치하며 갈등을 겪었던 국민들이 긴장을 풀고 진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당초 예정했던 민생 공약 2탄 ‘점빵만세’(상점과 빵가게를 운영해도 피해보지 않는 살 만한 세상) 발표를 취소했다. 손 전 의장은 그동안 탄핵 이후 ‘3월 정치권 빅뱅’을 주장해 왔다. 개헌을 고리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등 여야를 아우르는 ‘개혁세력 연합’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