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협공 ‘이중고’에 신음하는 한국 기업들

입력 2017-03-10 05:02
국내 기업들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의 사드 보복이라는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G2가 협공을 하는데도 기업들은 하소연할 곳도 없이 애만 태우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롯데그룹은 자포자기 상태로 사태가 잠잠해지기만 기다리는 분위기다. 롯데마트는 중국에서 총 99개 점포 중 절반이 넘는 55곳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 중 일부 점포는 롯데에서 아예 폐쇄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9일 “점포 폐쇄는 효율성 등을 따져 수시로 결정하는 것이지 사드 보복 때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의 추가 보복을 우려해 롯데로선 부당한 일을 당해도 제대로 입장을 내놓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다 국정공백 상태여서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대대적인 ‘사드 보복’을 당하자 금융감독원은 국내 시중은행에서 롯데의 중국 내 계열사에 제공한 여신 실태를 파악하고 나섰다. 영업차질이 자칫 경영난으로 확산될 수도 있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이 롯데그룹의 중국 내 계열사에 제공한 여신은 1조2000억원이다. 중국계 은행을 포함해 외국계 은행의 국내 지점이 롯데에 빌려준 돈은 8000억원이다.

롯데의 중국 내 계열사가 빌린 돈의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사드 보복’에 노출된 롯데 계열사의 여신 실태를 모니터링하자 금감원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롯데의 중국 내 계열사들이 운영자금난을 겪는 일이 없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최근 들어 계속 하락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사드 보복으로 이런 분위기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콘텐츠 수출로 재미를 봤던 CJ도 “아직 가시적인 피해는 없지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계속 공장 건설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에 세탁기 공장을 짓기로 했고 삼성전자도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다. 트럼프의 요구에 화답했음에도 미국은 삼성과 LG가 관세 회피를 위해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월풀 등 미국 업체가 한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주장하던 논리를 미국 정부가 그대로 쓰고 있다”면서 “앞으로 견제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김준엽 김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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