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와 박근혜 대통령에게 433억원대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첫 재판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박 특검은 이 부회장의 뇌물 사건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특검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날을 세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9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 5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부회장 측은 “피고인 전원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말했다. 구속 상태인 이 부회장과 불구속 기소된 최지성(66)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은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 측은 작심한 듯 특검을 향해 공세를 퍼부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 송우철 변호사는 “특검이 제출한 공소장 등은 마치 삼성과 피고인들이 일찍부터 불법적인 승계 계획을 만든 것처럼 재판부에 예단을 주고 있다”며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일본주의는 공소장 외에 재판부가 유죄의 심증(心證)을 갖게 할 만한 서류나 자료 등을 첨부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 부회장 측은 박 대통령과의 독대 시 대화 내용이 공소장에 담긴 경위도 문제 삼았다. 송 변호사는 “2015년 7월 25일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당시 대화를 큰따옴표를 쳐 가며 사실처럼 인용하고 있는데, 이는 두 사람밖에 알 수 없는 내용”이라며 “박 대통령 대면조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이 부회장은 이런 대화가 없었다는데 어떻게 이 내용이 들어갈 수 있었느냐”고 했다.
특검 측이 반박 의견을 내려고 하면서 한때 재판이 과열되기도 했다.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한 노년 여성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에게 “하나만 물어보겠다”며 소리를 지르다 퇴정당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이런 상황은 재판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이재용 측 혐의 부인… 특검에 정면 반박
입력 2017-03-1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