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 체념?… ‘가라앉은 청와대’

입력 2017-03-10 05:02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를 하루 앞둔 9일 한 시민이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 설치돼 있는 대통령 취임선서문을 들여다보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9일에도 침묵을 이어갔다. 청와대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청와대 비서진은 기각 결정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불안한 기류도 일부 감지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선을 다했으니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차분하고 담담하게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헌재 선고 전에 별도의 입장 표명은 하지 않기로 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비서관회의를 여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모들은 관저로 찾아가 박 대통령에게 여론과 향후 전망 등을 보고했고, 박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 없이 들었다고 한다.

한 여권 인사는 “청와대 내부에서 탄핵 인용을 가정하는 건 거의 금기시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헌재 선고 당일 관저에서 TV 생중계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주변엔 헌재 선고 이후 혹시 있을지 모를 탄핵 찬반세력의 진입을 막기 위해 경찰버스가 들어섰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던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 대한 점검도 진행됐다.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박 대통령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국민 통합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고 당일 국무회의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소집해 민생·안보 현안을 챙기면서 곧바로 국정 운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탄핵 소추가 인용돼 파면되면 서울 삼성동 사저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호상 문제 등으로 당장 들어가는 건 어려워 임시 거처에 잠시 머무는 방안도 거론된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은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방패막이가 사라진 상태에서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동 사저는 박 대통령이 생활할 수 있게 기본적인 준비는 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행정관이 근래 사저를 드나들면서 보일러 수리, 집기 구비 등을 마쳤다는 얘기가 여권에서 흘러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1990년부터 2013년 2월 취임 전까지 23년간 살았다.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를 매각하고 경기도로 거처를 옮길 것이란 언론 보도가 나왔지만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