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구조개혁 급한데 시장 원리에 맡기겠다니

입력 2017-03-09 17:24
교육부가 9일 발표한 2주기 대학 구조개혁 기본계획은 너무 안이하다. 교육부는 그동안 대학들을 A부터 E까지 다섯 단계로 평가한 뒤 A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에 대해 강제적 정원 감축을 유도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1단계 평가에서 자율개선 대학으로 선정되면 등급 구분이나 정원 감축 권고를 받지 않고 자체 계획대로 구조개혁을 유도하겠다고 한다. 그간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놓고 대학들의 반발과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서울권 대학을 중심으로 우수한 대학도 왜 정원을 줄이냐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도 컸다. 그렇더라도 저출산 영향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입학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는데 시장 원리에 맡기겠다는 것은 무슨 심산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올해 52만명인 대학 학령인구는 2020∼2021년 40만명대로 급감한 뒤 2023년 30만명대로 떨어진다. 교육부가 2014∼2016년(4만명), 2017∼2019년(5만명), 2020∼2022년(7만명) 등 9년간 16만명을 줄이는 대학 정원 감축과 부실 대학 퇴출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구조개혁 평가 이후 지금까지 퇴출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서남대 구 재단이 한려대와 서남대 의대 자진 폐교를 신청했지만 현 이사들의 반발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2015년 교육부 평가에서 D와 E등급을 받은 부실 대학은 66개에 달한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하는 대학 경쟁력 조사에서 한국은 최하위를 못 벗어나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 학령인구 감소 속도를 고려하면 대학 구조개혁을 더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정원 감축은 물론 학과와 대학 통폐합, 부실 대학 퇴출도 더 활발해야 한다. 대학 정원 감축을 강제할 수 있는 대학구조개혁법도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이 지연된다면 그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