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4월 위기설’은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등 악재가 켜켜이 쌓이는 상황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은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다음 달 미 재무부는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을 조작해 미국에 무역적자를 지속적으로 일으킨다며 공개 비난한 국가 가운데 환율조작국으로 지목될 국가가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미 재무부는 무역촉진법에 따라 대미(對美) 무역수지, 경상수지 흑자, 외환시장 개입이라는 요소로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4월과 10월 잇따라 2가지 요소를 충족해 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안보라는 변수가 생겼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9일 “여전히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가 리스크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드 배치 문제와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한·미동맹과 안보 문제가 더 큰 이슈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근거가 되는 무역촉진법 예외조항에는 ‘미국의 경제안보 이익을 훼손한다고 판단될 경우 제재 시행을 보류할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환율조작국 이슈 자체가 미국이 교역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방법일 뿐 실제 환율조작국 지정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환율 조작 여부를) 기존 절차대로 분석할 것”이라고 밝힌 데다 미국 기업연구소(AEI), 브루킹스연구소 등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반대하고 있다.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는 것보다 상계관세(수출국의 보조금 지급이 의심돼 수입상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부과하거나 중국 국영기업의 불공정 경쟁 등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미국도 피해를 본다. 교역이 위축되고 정치·외교 관계 악화라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대중(對中) 수출의존도가 높은 농업, 항공기 산업 등의 타격이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는 변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검토’ 보고서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뿐 아니라 스위스, 대만, 한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위협이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보고서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반드시 달러 대비 해당국가 통화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1992년 대만이 변동환율제하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돼 대만달러 가치가 4.6% 하락한 바 있다.
글=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미국, 내달 환율조작국 지정한다는데 사드 둘러싼 韓·美 밀착 ‘변수’ 될까
입력 2017-03-10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