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대한축구협회 홍보실의 조준헌 부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는 23일 중국 창사에서 열리는 중국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대표팀이 전세기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조 부장은 “중국 정부가 전세기 운항 허가를 내주지 않아 최근 일반 항공기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경제계와 문화계에 이어 스포츠계로 확산되고 있다. 배구나 스키 종목 등에서도 당초 예정된 경기 일정이 중국에 의해 차질을 빚고 있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예선전 당일 응원단을 실은 전세기를 띄운 뒤 경기가 끝나자마자 바로 응원단과 선수단을 데려올 예정이었다. 중국전을 마친 뒤 불과 5일 후에 서울에서 시리아전을 치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몽니로 선수단은 자칫 경기를 마친 다음 날 귀국할 뻔했다. 다행히 아시아나항공이 대표팀을 위해 23일 인천행 항공편 운항 시간을 늦춰 주기로 하면서 귀국 일정 차질은 빚어지지 않게 됐다.
선수단뿐 아니라 응원단도 전세기 운항 취소로 타격을 받았다. 당초 ‘붉은악마’ 등 응원단 300여명이 전세기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일반 비행기로 바뀌면서 인원을 130∼140명으로 대폭 줄였다. 사드 갈등에 따른 관중 소요 등 만일의 사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축구협회는 중국축구협회에 붉은악마 응원석을 블록으로 지정하고 안전 요원도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종목들도 사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배구연맹은 다음 달 국내에서 한·중 남자 클럽 국제대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측에서 아직 참가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은 또 11∼12일 강원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리는 2017 아시안컵 산악스키 대회에 불참키로 했다. 체육인들은 “중국 정부가 정치적 사안을 스포츠 행사와 연계하는 것은 치졸한 일”이라며 “후폭풍이 더욱 거세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타임아웃] 러월드컵 亞예선도 사드 후폭풍
입력 2017-03-10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