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CBS 로비에서 7일 ‘십자가 그 사랑’을 주제로 한 십자가전시회가 막을 올렸다. 이곳에 전시된 750여 점의 십자가는 진영훈(46·익산 삼일교회) 목사가 오랜 세월 수집한 작품들이다. 전시회는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농촌목회를 하는 진 목사는 우연히 지인에게서 십자가를 선물 받은 뒤 수제 십자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목사들의 취미라는 게 특별할 게 없습니다. 전 다행히 십자가 수집을 취미로 갖게 됐죠. 무조건 수집을 한 건 아니고 제 나름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진 목사의 원칙은 가능하면 국내 작가들의 십자가를 수집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품을 구입해오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작가들과 삶을 나누고 감동과 은혜를 교환하며 함께 울고 웃었다. 그리고 친구가 됐다.
“제가 만난 작가들 대부분이 매우 어려운 형편 속에서 십자가를 만들고 있었어요. 관심을 가져주는 곳이 없어서인데 무척 안타까웠죠. 예수님이 목수셨잖아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십자가 작가 중 유독 목회자들이 많은 것도 신선했습니다. 작가들과 만남을 통해 십자가를 수집하다보니 십자가마다 그만의 사연이 쌓이는 건 또 다른 보람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모양의 십자가에는 각각 특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이들 십자가 중에서도 진 목사는 화륜 목사의 ‘세월호 십자가’가 가장 각별하다고 했다. 십자가 작가인 화륜 목사는 세월호 가족 300여 명에게 자신의 십자가 목걸이를 걸어 줬던 인물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 한 김성환 목사의 작품 ‘화목의 십자가’도 진 목사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십자가와 대화를 나누며 매번 새로운 사연을 쌓아가는 진 목사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십자가를 볼 때면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대부분 교회에 걸리는 십자가를 보세요. 공장에서 만들어낸 제품입니다. 물론 그걸 두고 좋다 나쁘다며 가치 판단을 할 수는 없어요. 그래도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성스럽게 십자가를 만드는 작가들이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데 말이죠.”
그는 이번 전시회가 십자가 작가들과 교인들이 만나는 자리가 되길 소망했다.
“교회들마다 작가들의 손을 통해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십자가가 걸리고 이를 보는 교인들이 예수 그리스도가 당한 고난을 한번이라도 더 생각한다면 그 은혜가 얼마나 클까요. 십자가는 주님을 기억하는 회상의 도구입니다. 올 사순절에 십자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가 받으셨던 고난을 나누고 싶습니다.”
십자가를 통한 묵상을 강조한 진영훈 목사는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4월 10일부터 열흘 동안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익산 삼일교회에서 십자가 전시회를 연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십자가와 대화하며 새로운 믿음 새겨요”
입력 2017-03-10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