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도서관] ‘그 책’은 그 출판사에 있다

입력 2017-03-11 00:08

단편소설을 읽다가 특이한 도서관을 본 적이 있다. 모든 영혼의 여정을 기록한 책이 보관돼 있었다. ‘종이 무덤’인 셈이다. 만약 이런 도서관이 있다면 내 영혼의 책에는 무엇이 기록될지 누구나 궁금해 할 것이다. 이 도서관은 상상 속에 있지만 지금 내 영혼의 허기를 채워줄 그리스도인의 도서관은 실재한다. 그 중심에 꽂혀 있는 책은 단연 성경(The Bible)이다.

예수는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말씀으로 살 것”이라고 했다(마 4:4). 성경은 그리스도인에게 영의 양식이다. 다양한 기독교 서적은 영의 양식을 풍성하게 한다. 성경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하고 성경을 우리 삶에 적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 유용한 방법 중 하나는 출판사를 살펴보는 것이다. 출판사명이 내용을 보증할 수도 있다.

기독교 출판사는 하나님이나 말씀을 내포한 이름을 많이 쓴다. 대표적인 예가 ‘생명의말씀사’다. 1953년 팀선교회가 설립한 이 출판사는 3000종 이상의 책을 보급해 왔다. ‘규장’은 한자 별 규(奎)와 글 장(章)을 합한 이름이다. 왕이 쓴 글씨나 글을 가리킨다. 하늘의 왕인 하나님의 마음으로 쓴 글을 출판하겠다는 의미다. 규장은 원고의 출판 여부를 기도로 결정하는 곳이다.

오스왈드 챔버스의 묵상집으로 유명한 ‘토기장이’는 창조주 하나님의 별명을 이름으로 삼고 있다. ‘아바서원’의 아바도 하나님을 뜻한다. ‘포이에마’는 창조와 관련이 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이나 지명을 이용하기도 한다. 가장 잘 알려진 곳은 ‘두란노’다. 고 하용조 목사는 “제가 병상에서 힘들었을 때 성경을 묵상하던 중 ‘두란노서원’(행 19:9)을 발견했다”며 “바울이 성경을 가르치던 것처럼 한국교회와 온누리에 예수를 전하기 위해 출판사를 세웠다”고 했다. 세례 요한의 사역지였던 ‘베다니’(요 1:28),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는 ‘복있는사람’(시 1:1), 야곱이 천사와 씨름했던 ‘브니엘’(창 32:30) 등도 있다.

기독교적인 가치나 지향을 담은 이름도 많다. ‘아가페’는 하나님의 사랑을 뜻한다. C S 루이스를 널리 소개한 홍성사는 한자인 넓을 홍(弘)과 성할 성(盛)을 쓴다. 이재철 목사는 “주님의 영광을 널리 전해 세상을 풍성하게 한다는 취지로 골랐다”고 했다.

이름 자체가 기독교적 기원이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1890년 연합기관으로 설립된 ‘대한기독교서회’는 1만여종의 책을 냈다. 현존 최고(最古) 출판사다. IVP는 선교단체 한국기독학생회(IVF) 산하 출판사로 수준 높은 기독교 서적을 내고 있다. ‘부흥과개혁사’나 ‘신앙과지성사’는 기독교적 지향을 담고 있다. 교리서로 유명한 흑곰북스는 어떻게 이름을 지었을까. 칼뱅이 책을 낸 출판사 ‘흑곰’에서 따왔다고 한다.

새로운 흐름이나 길을 만든다는 의미의 이름도 있다. ‘새물결플러스’는 양질의 신학 전문도서로 한국 기독 지성계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 기독 교양서를 많이 내는 ‘비아’는 라틴어로 길이란 뜻이다. 최근 새로 생긴 ‘비아토르’는 순례자란 뜻이다. 내 영혼의 양식이 될 ‘그 책’을 찾을 때 이런 출판사들의 이름을 참고하면 책 고르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