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We Can(그래 우리는 할 수 있다)’ FC 바르셀로나의 한 팬은 이런 문구가 적힌 피켓을 열광적으로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에너지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발은 마법을 부리는 지팡이 같았다. 무려 5골을 몰아쳤다. 자책골까지 유도해 냈다. 1차전 0대 4의 스코어는 2차전에서 6대 5로 뒤집혔다. 감독의 지략과 선수들의 집념 그리고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만든 기적이었다.
바르셀로나는 9일(한국시각) 스페인 캄프 누에서 열린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과의 2016-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6대 1 대승을 거뒀다.
후반 43분과 45분 잇따라 골을 터뜨린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는 유럽 축구통계업체 ‘후스코어드닷컴’으로부터 만점인 10점을 받았다. 바르셀로나는 1, 2차전 합계 6대 5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UCL 토너먼트 역사상 2차전에서 4골 차이를 극복한 것은 바르셀로나가 처음이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대역전극을 연출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1차전에서 기존의 포백라인을 들고 나왔다가 참패를 당한 엔리케 감독은 2차전에서 다득점을 올리기 위해 모험을 택했다. 스리백을 장착한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최근 프리메라리가 경기에서 스리백을 가동해 스포르팅 히혼을 6대 1, 셀타 비고를 5대 0으로 대파했다. 희망이 보였다. 엔리케 감독은 PSG전에서 사무엘 움티티-헤라르드 피케-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후방에 세워 놓고 나머지 7명의 필드 플레이어에게 총공세 명령을 내렸다.
엔리케 감독의 선수 교체도 절묘했다. 후반 20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빼고 아르다 투란을, 후반 31분 하피냐 알칸타라를 빼고 세르지 로베르토를, 후반 39분 이반 라키티치를 빼고 안드레 고메스를 투입했다. 이들은 바르셀로나의 공격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특히 로베르토는 쐐기골을 터뜨리며 영웅으로 떠올랐다.
엔리케 감독은 경기 후 “지금까지 이런 승부는 보지 못했다”며 “공포영화처럼 무서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승리에 대한 굳건한 신념이 있었기에 6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사임 의사를 밝힌 엔리케 감독은 이번 경기를 통해 명예를 회복했다. 또 코파 델 레이(국왕컵) 결승 진출, 프리메라리가 선두, UCL 8강 진출로 트레블 재현의 가능성을 되살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UEFA 챔스리그 16강 2차전] “Yes We Can”… 엔리케 마법
입력 2017-03-10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