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령 100년을 훌쩍 넘긴 제주도 최초의 ‘하귤 부자(父子)나무’가 서귀포시 감귤박물관에 새롭게 둥지를 튼다. 하귤은 3월에 익기 시작해 4∼5월에 수확하는 감귤이다.
서귀포시는 123년 된 아버지 하귤나무와 그 나무 씨를 심어 자란 2세 아들나무(수령 100년 이상 추정)를 기증받아 오는 14일 감귤박물관에 옮겨 심을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아버지 나무는 관리 등의 이유로 8년 전 밑동이 베어졌지만 그 곳에서 줄기 4개가 자라 현재 가지에서 열매를 맺고 있다. 아들나무는 높이 12m로 연평균 열매가 1000여개 이상씩 열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나무는 경주 김씨 종손 김부찬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다섯 형제가 기증하는 것이다.
아버지 나무는 1894년 갑오개혁의 주역 김홍집에게서 받은 하귤 씨앗으로 싹을 틔운 나무 중 유일하게 현존하는 나무다. 이 나무에 대한 기록은 김 교수가 보유한 ‘경주김씨익화군제주파세보권일(慶州金氏益和君濟州派世譜卷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고종 31년(1894년) 가뭄으로 말 200필이 폐사하자 당시 감목관(조선시대 말의 번식·사육·관리 등 목장업무를 담당하던 관직)이던 故 김경흡 옹(서귀포시 신효동 거주)은 큰 부담을 느껴 감목관을 폐지시켜 달라는 청을 하려고 친척 김홍집(당시 총리교섭통상사무)을 찾아 상경했다.
김홍집은 김 옹에게 감목관직 폐지를 약속하며 헤어질 때 하귤나무 씨앗 3개를 선물로 건넸다. 이후 김 옹은 자신의 집에 1개의 씨앗을 심고, 나머지 2개는 시집간 딸에게 줘 심게 했으나 종가에 심은 나무만 지금까지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귤은 제주감귤의 주종을 이루는 서귀포 온주밀감과 달리 학계에 알려진 보고나 연구가 미미한 실정이다.
온주밀감은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제주도임을 세계식물학계에 보고한 프랑스의 타케( Taque) 신부가 1911년 선물로 받은 나무 14그루를 근무지였던 서홍성당에서 시험 재배하며 열리게 됐다고 기록돼 있다.
이에 반해 하귤은 학계에서도 자생종인지 외래종인지 결론이 명확히 나지 않은 상태다. 이 하귤나무는 국내 최초 하귤 관련 문헌에 유래와 기록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감귤박물관 홍기확 운영담당은 “2세 하귤나무는 이식 후 나무가 몸살을 앓지 않고 안정을 찾은 뒤 국립원예특작원에 의뢰해 정확한 수령을 측정할 예정”이라며 “하귤 역사의 산 증인인 이들 부자 나무의 생명력과 가치를 보전해 박물관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100년 넘은 제주 하귤나무 父子, 박물관에 새 둥지
입력 2017-03-09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