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11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어떤 선고를 내리든 우리 사회는 큰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인용되면 탄핵에 반대했던 국민들이, 기각 또는 각하되면 탄핵을 원했던 국민들이 상실감에 빠지고 극도의 분노를 표출할 것이다. 한동안 대한민국이 둘로 나뉘어 갈등하고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최소화하고 치유할 책임이 바로 정치에 있다. 이번 일이 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결자해지할 역할 역시 정치권에 있는 것이다.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든 앞으로 광장에 나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잘한 일이다.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탄핵 인용을 환영하는 촛불집회에 가든, 기각에 항의하는 촛불집회에 가든 탄핵 이후 정국을 안정시키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이 몰려가면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태극기집회 측을 자극하게 된다. 탄핵 선고 이후에 정치인들은 더 이상 광장을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 자유한국당 등 다른 당 의원들도 집회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제도권에서 모든 것을 풀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바른정당이 제안한 ‘여야 대선 주자-당 대표 연석회의’는 여야 모두가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당에서도 환영 입장이 나왔다. 연석회의를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 국민은 물론 탄핵 찬반 진영에게 선고에 대한 승복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헌재 결정의 수용은 혼란한 정국을 조기에 안정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다. 연석회의에서 주요 정치 일정과 국정 현안에 대한 의견이 조율된다면 실행력은 그 어느 회의체보다 강할 것으로 기대된다.
탄핵이 기각되면 곧바로 소속 국회의원 전원이 의원직을 내놓기로 한 바른정당의 결정도 보류되거나 철회돼야 한다. 사퇴 결의는 탄핵 인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족하다. 바른정당이 결행하면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야당 의원들이 모른 척하고 넘어가기가 쉽지 않다. 최악의 경우 한국당 의원들만 의원직을 유지하게 되면 국가적 위기를 수습해야 하는 국면에서 국회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이제는 정치가 국민을 통합시키고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역할을 적극 담당해야 한다.
[사설] 3·10 헌재 선고일부터 정치권이 해야 할 일
입력 2017-03-09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