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독교 영성은 500년 이어진 종교개혁의 핵심 가치

입력 2017-03-09 17:24
올해는 교회사적으로 기념비적인 한 해다. 마르틴 루터가 1517년 독일 비텐베르크 교회 벽에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붙이고 종교개혁을 선언한 지 500주년이 되는 때다. 한국교회와 교단은 올 한 해 다채로운 행사를 갖고 종교개혁의 의미를 재확인한다.

종교개혁은 성경의 권위를 회복해 타락한 교회를 쇄신하고 교회와 신앙의 공공성 확대를 모색하자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루터가 주창한 개혁은 단순히 가톨릭을 변혁하려던 종교적 운동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종교가 중심이 돼 세계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가치체계에 새로운 물꼬를 튼 변화의 시작이었다. 일각에서 종교개혁을 중세의 종언이자 근대의 출발이었다고도 하는 까닭이다.

500년이 흐른 지금,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은 일상(日常)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여파는 기독교 신앙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인간의 지적 능력을 컴퓨터 프로그램이 대체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가시화는 때때로 기독교 신앙의 가치를 위협한다.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하나님 말씀의 의미가 갈수록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관측이 점증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기독교의 영향력이 줄어들수록 영성에 대한 갈급함은 절실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편익과 풍요를 가져오는 반면 소외와 불평등을 낳는다. 이 과정에서 영성의 필요성은 더 절박하게 와 닿는다. 기독교에서의 영성은 기독교인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고 고백하면서 자연스럽게 갖는 성품이다. 목마른 사람에게 생수를 주는 곳이 교회라면 영성은 기술만능주의가 만연한 이 세상을 위한 치유책이다.

500년 전 종교개혁의 중심은 성경이었고, 그 바탕에는 영성이 있었다는 것은 많은 기독교인의 공통된 신앙고백이다. 이 같은 신앙적 전통은 인공지능의 등장 등 4차 산업혁명의 위력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현 시점에서도 유효하다. 그런 측면에서 종교개혁은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도 할 수 있다.

국민문화재단과 국민일보는 오는 13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종교개혁 500주년 국제 포럼을 개최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영성-종교개혁 500주년과 현재’를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종교개혁 당시의 핵심 메시지였던 영성이 물질문명 지상주의 시대인 요즘 어떻게 현재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빛나게’라는 슬로건처럼 국내외 저명한 신학자, 목회자들이 함께 한국교회와 사회를 향한 실질적 제안에 대해 논의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종교개혁의 본질인 영성은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게 늘 기독교인의 삶에서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이번 포럼에서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