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가 헤엄치기를 멈추면 질식하듯이 자본주의는 지금까지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통해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최근에도 우리 정부는 불경기 해소 정책으로 소비 촉진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일상적 소비 장소인 마트에는 인스턴트식품이 즐비하다. 같은 종류의 식품에서도 첨가물의 차이에 따라 맛이 다르다. 다양성은 소비자의 취향을 의식한 기업의 기본적인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맑은 연보라색을 보면서 라일락 향기를 연상하고 청아한 초록에서 소나무 향기를 느낀다. 특정 색에서 맛과 촉감, 냄새와 소리를 느끼는 공감각은 오랫동안 인류가 색에 대해 반응해 온 결과의 산물이다. 우리 몸의 감각기관들은 대뇌로 가는 통로 가운데 특점지점에서 청각과 시각이 합쳐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 지점에서 감각기관들의 속성이 다른 감각으로 전이되기 쉬운 까닭에 색에서 맛을 느끼게 된다. 붉은 색에서 매운 맛이나 뜨거운 느낌을 받는 경험은 색깔이 주는 자극의 강도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빨강에 대비되는 노랑은 매운 맛이 덜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준다. 그래서 매운맛 라면은 빨강 포장지에, 순한 맛은 노랑 포장지에 담겨 있다. 믹스커피 또한 그렇다. 찬물에서도 잘 녹는 커피는 파랑 포장지에 담겨 있다. 파랑은 차갑게 느끼는 감각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색깔이 다른 포트에 똑같은 커피를 담아서 200명에게 맛을 보게 한 어떤 실험에서 노랑 포트에 담긴 커피는 너무 싱겁다고 답했고, 파랑 포트는 가장 부드럽다고 응답했다. 갈색 포트의 경우 73%가 너무 강하다고 했고, 83%는 빨강 포트의 커피맛이 가장 깊다고 답했다. 커피뿐만 아니라 식품 포장에서 상품을 여러 단계로 구성할 경우 맛의 강도 차이를 색으로 구분하는 방법은 매우 유용하다. 이러한 색의 공감각 효과는 식품 포장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색과 삶] 강한 맛, 순한 맛
입력 2017-03-09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