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과를 선고할 8인의 헌법재판관은 재판장인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부터 서열대로 대심판정에 입장한다.
서열이 높을수록 정중앙의 재판장과 가까이 앉기 때문에, 재판관들의 자리는 방청석에서 바라볼 때 왼쪽부터 조용호 강일원 김창종 김이수 이정미 이진성 안창호 서기석 재판관 순이다. 이들의 자리는 박한철 전 소장의 퇴임 뒤 좌우가 뒤바뀌었다.
재판관들은 맨 오른편 끝자리를 비워둔 채 높이가 135㎝인 참나무 의자에 앉는다.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한 청구인 측은 재판관들의 시점에서 오른편에,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 등 박 대통령 대리인단으로 구성된 피청구인 측은 맞은편인 왼편에 자리한다. 이들은 재판관들보다 낮은 102㎝ 높이의 호두나무 의자에 앉아 선고를 듣는다.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탄핵사건에 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이 대행은 취재진의 촬영시간을 잠시 보장한 뒤 사건번호와 사건명을 고지한다. 이 대행은 수명재판부의 재판장으로서 지난해 12월 준비절차기일을 진행할 때에도 ‘2016헌나1’이라는 사건번호를 3차례 호명했다. 이후에는 박 전 소장이 재판장이었지만, 그가 퇴임한 뒤에는 이 대행이 제10차 변론기일부터 최종 변론기일까지 8차례 재판의 시작을 알렸다.
“주문을 선고하기 전에 절차 진행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역사에 획을 긋는 결정 선고를 앞둔 헌재는 모두(冒頭)발언을 할 가능성이 크다. 3차례의 준비절차기일과 17차례의 공개변론을 거친 점, 사건기록과 증인의 방대함 등을 우선 공표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문하기 전 헌재는 이 같은 절차를 거쳤다.
헌재는 이어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가치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되살려 “아무리 강한 국가권력의 소유자라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탄핵제도의 본질을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 대한 ‘법치와 준법의 상징적 존재’”라는 2004년의 규정이 재차 강조될 수도 있다.
헌재는 헌법적 비상상황 속에서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막중한 책임, 재판을 진행한 소회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정의와 진실을 대변하는 동서고금의 경구가 차용될 가능성도 크다. 통진당 해산 결정 당시 박 전 소장은 “사무사 무불경(思無邪 毋不敬)의 마음 자세를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발언했다.
“먼저 결정 이유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헌재는 주요 사건을 선고할 때 결론적 판단인 ‘주문’을 바로 낭독하지 않고, ‘이유’를 먼저 설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근거를 먼저 밝힌 뒤 최종적으로 주문을 읽어 미괄식으로 선고를 마치는 것이다. 이번에도 헌재는 박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바로 고지하기보다는 판단 근거들부터 차근차근 설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구의 적법 여부에 대하여…” 헌재는 국회가 탄핵소추 의결을 거쳐 헌재에 사건을 접수하는 과정이 적법했는지부터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은 심리 막바지에 이르러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에 흠결이 있어 심판청구가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헌재는 ‘소송 요건’이 부적합했다고 본 재판관이 많았는지, 본안(本案) 판단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재판관들이 더 많았는지 등을 밝힌다.
“의견의 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일 소송 요건이 법률적 흠결이 없었다고 본다면, 헌재는 탄핵심판 본안 판단의 결과를 설명한다. 이 대행은 본안 판단에서 재판관 8인 중 인용의견과 기각의견이 나뉘었는지를 밝히거나, 전원 일치인지를 밝히게 된다. 의견이 나뉘었다고 고지한 뒤에도 각 의견에 해당하는 재판관의 숫자는 요지를 읽기 전 발표되지 않는다.
“결국 이 사건은 주문과 같이 선고한다.” 인용과 기각의견이 나뉘었다면, 대심판정의 긴장은 이유 요지가 낭독된 직후 최고조에 달한다. 이 대행은 각 의견을 밝힌 재판관을 ‘재판관 이정미’의 형식으로 한 명 한 명 호명한다. 청구인·피청구인·방청석은 호명되는 재판관 이름의 숫자를 센다. 주문의 낭독 전에라도 선고의 결과를 알아듣고 탄식이 나올 수도 있다.
주문은 짧고도 분명한 한 줄이다. 인용의견 재판관이 6인 이상이면 선고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기각의견 재판관이 3인 이상이면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로 끝난다. 재판관들은 주문 직후 퇴장한다.
이경원 나성원 기자,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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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파면, 끝까지 들어야 안다
입력 2017-03-08 21:30 수정 2017-03-09 0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