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직후 행방이 묘연했던 김정남 아들 김한솔(22)이 8일 동영상 채널 유튜브를 통해 모습을 공개했다.
김한솔은 유튜브에 올린 40초 분량의 영상에서 유창한 영어로 “나는 북한 출신 김한솔이고, 김씨(김일성) 일가의 일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북한 여권을 펼쳐 보여줬다. 인적사항이나 출입국 사항이 기록된 부분은 검은 화면으로 처리해 확인할 수 없었지만 표지는 북한 여권과 동일했다.
그는 “아버지가 며칠 전 피살됐다. 지금은 어머니, 누이동생과 함께 있다”고 말했다. 쇼크사를 주장하는 북측 입장을 반박한 셈이다.
이어 감사 인사를 전했지만 감사 대상을 말하는 부분은 묵음 처리됐고, 입 모양 역시 검게 처리됐다. 그는 ‘상중’임을 감안한 듯 검은색 셔츠를 입었다. 다만 표정은 어둡지 않았고 간간이 미소를 띠기도 했다. 김한솔은 “상황이 곧 나아지기 바란다”며 영상을 마무리했다. 국가정보원은 “동영상 속 인물은 김한솔이 맞다”고 확인했다.
김한솔 영상은 ‘KHS Video’라는 제목으로 게시됐다. KHS는 김한솔의 영어 약자다. 영상을 게시한 주체는 ‘천리마민방위(Cheollima Civil Defense)’로 돼 있다. 영상에는 워터마크도 함께 표시돼 있다.
영상에 링크된 천리마민방위 홈페이지에는 자신들이 “김한솔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드렸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탈출 과정이나 현재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탈출 과정에서 네덜란드와 중국, 미국, 다른 무명의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혀 이들 국가가 탈출 과정에 개입됐음을 암시했다. 특히 엠브레흐츠 주한 네덜란드대사의 실명을 직접 언급, 네덜란드 정부가 김한솔 가족의 탈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았다.
영상을 올린 천리마민방위는 지금까지 전혀 알려지지 않은 단체다. 탈북단체로 추정될 뿐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단체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홈페이지 소개 역시 의문만 더했다. 이 단체는 해외의 북한 주민을 원하는 지역으로 탈출시켜준다고 했지만 탈출 방식은 일개 단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 북조선 간부가 썼다는 홈페이지 게시물에는 이 단체가 자신의 휴대전화 개인번호를 파악했고, 탈출 과정에서 고급 승용차와 비행기를 동원했다고 표현돼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단체명은) 북한의 상징적 용어를 조합한 것에 불과하다. 급조된 단체이거나 김한솔 공개를 위한 위장 명칭이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단체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한솔로 확인되면서 김한솔과 그 가족은 이미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체류 중인 국가는 확인되지 않지만 천리마민방위가 감사를 표했던 국가 중 국가명을 밝히지 않은 ‘무명의 정부’가 최종 목적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한솔이 프랑스 등에 유학한 만큼 유럽의 한 국가에 머물면서 망명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변 위협을 받는 인물을 여러 국가가 공조해 피신시켰다면 망명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다.
동영상 공개는 김정남 신원을 둘러싸고 억지 주장을 거듭하는 북한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보인다. 한 대북 소식통은 “아버지가 공개 장소에서 피살됐는데 김한솔이 신원 확인을 위해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것은 무리”라며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영상을 통해 북한 주장을 반박하는 게 김한솔 입장에선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길 조성은 기자 hgkim@kmib.co.kr
유튜브에 등장한 김한솔 “아버지가 며칠 전 피살됐다”
입력 2017-03-09 00:00 수정 2017-03-09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