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여부는 1차적으로는 탄핵소추사유가 어디까지 인정되는지, 2차적으로는 위법행위가 중대한지에 대한 판단을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소추사유를 일부 사실로 인정했지만 중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국회 소추위원 측과 박 대통령 측은 지난해 12월 22일 첫 준비절차 이후 두 쟁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강일원 재판관이 “사실 인정의 진검승부를 하자”고 했을 만큼 헌재의 소추사유 사실 인정 여부는 1차적으로 중요한 쟁점이다.
양측은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박 대통령의 관여 정도를 놓고 입장이 엇갈린다. 소추위원 측은 박 대통령이 최씨와 세세한 부분까지 공모했다고 주장한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도 소추사유에 포함시켰다. 박 대통령 측은 최순실씨에게 인사문건을 보낸 행위, 미르재단 등에 기업 출연금을 받은 행위를 자신이 일일이 지시하고 주도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필요한 지시를 다했다고 하는 반면 국회 측은 사실상 직무유기였다고 주장한다.
헌재는 인정된 증거들을 바탕으로 탄핵소추사유를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지 세부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정되는 법위반 사실이 있다면 대통령을 파면할 만큼 중대한지 판단한다.
앞서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재는 중대성 요건을 탄핵심판의 주요 기준으로 꼽았다.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훼손한 경우 뇌물수수, 부정부패 등 행위를 한 경우를 중대한 위반으로 봤다. 헌재는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이 선거중립의무 위반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역행하려는 적극적인 의사가 있었다거나 법치국가 원리를 근본적으로 문제 삼은 중대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박탈할 정도도 아니라고 봤다.
10일 선고에서 헌재 재판관 6명 이상이 박 대통령이 중대한 법위반을 저질렀다고 판단하면 박 대통령은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 소추위원 측은 밝혀진 사실관계만 보더라도 박 대통령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하는 건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최씨의 국정 개입이 박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었고, 공무원들의 활동도 최씨의 의도대로 움직였다는 게 소추위원 측 시각이다. 최씨가 2013년 10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수석비서관회의를 열 것을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사례 등이 꼽힌다. 소추위원 측은 최씨에게 동조한 박 대통령의 행위가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이라고 본다. 최씨가 이권을 챙기는 줄 몰랐다는 건 대통령의 지위와 능력을 고려할 때 가능한 변명이 아니고, 설령 몰랐더라도 명백하고 중대한 과실이라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최씨의 전횡은 측근 비리이고, 잘못된 일이긴 하지만 최씨의 책임을 박 대통령의 책임으로 돌릴 순 없다는 입장이다. 역대 다른 대통령들도 가족의 부패를 막지 못했는데, 가족도 아닌 남의 일을 감독 못 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건 지나치다는 것이다.
더블루케이, 플레이그라운드 등 최씨가 이권을 챙기려 시도한 업체에 대해서도 최씨와 관련 있는지 몰랐다는 게 박 대통령 주장이다. 일부 법위반을 사실로 인정하더라도 선거로 뽑은 대통령을 파면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헌법상 국민주권주의 위반으로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최씨가 섭정 수준으로 국정에 관여한 점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탄핵소추사유 범위·위법행위 중대성 여부 판단
입력 2017-03-08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