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탄핵 기각 땐 ‘의원직 집단 사퇴’… 국회 마비 사태 우려

입력 2017-03-09 05:00
바른정당의 주호영 원내대표, 김무성 의원, 정병국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김영우 의원, 김세연 의원(왼쪽부터)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앞에서 ‘국민통합’ ‘헌재존중’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은 국회 구성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기각될 경우 야당 국회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의원직을 사퇴해 입법부 공백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행정부와 국회가 동시에 제 기능을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의원직을 집단 사퇴할 경우 국회 해산이 가능한지 여부를 놓고 헌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하지만 국회 해산 이후 총선거가 실시되지 않더라도 의원직을 사퇴한 지역구 의원을 채우기 위해 대규모 보궐선거가 불가피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즉 의원들이 집단 사퇴할 경우 ‘총선 재실시’와 ‘대규모 보궐선거’의 양자택일만 남는 것이다. 어떤 경우든 미증유의 대혼란이 예상된다. 또 총선이나 보궐선거가 이뤄지기 전까지 입법부 공백사태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 32명은 탄핵이 기각될 경우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이미 결의했다. 여기에다 더불어민주당(121석) 국민의당(39석) 정의당(6석) 등 야당 의원들도 의원직 사퇴를 결행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모두 7명의 무소속 의원 중 야권 성향 의원 5명도 의원직을 내던질 수 있다.

현재 국회의원 총수는 자유한국당 김종태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전체 300명 중 한 명이 모자란 299명이다. 야4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을 합치면 모두 203명이다. 이들이 모두 사퇴한다고 가정하면 남는 의원들은 한국당 소속 의원 94명과 여권 성향 무소속 의원 2명(정갑윤 이정현)을 합친 96명이다. 이들 96명만으로 정상적인 입법 활동은 불가능하다.

203명이 총사퇴할 경우 이를 국회 해산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헌법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다. 특히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는 헌법 41조 2항의 해석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다수의 헌법학자들은 96명만 남을 경우 200명 미만이기 때문에 국회가 해산되고 총선거가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국회의원들이 사퇴한 뒤 여야가 새로운 총선을 치르기로 합의한다면 국회 해산이 가능하다”며 “1960년 제2공화국이 출범하면서 이 같은 선례를 만든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19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하야한 뒤 내각제 개헌이 이뤄지면서 국회가 해산하고 총선이 실시된 적이 있다. 이 과정을 거쳐 제2공화국이 탄생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문현 이화여대 법대 명예교수는 “국회 해산은 현행법에 없다”면서 “법 절차대로 한다면 국회의원들이 사직할 경우 이를 궐위한 것으로 간주해 보궐선거를 진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빈자리를 보궐선거로 채우면 되기 때문에 200명 이상이 유지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집단 사퇴 주장이 엄포일 뿐 현실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바른정당 의원 32명이 전원 사퇴하겠다고 결의하긴 했지만 탄핵이 기각되면 변명거리를 찾아 100% 말을 바꿀 것”이라며 “야당 의원들도 헌재 압박용으로 사퇴 얘기를 흘리는 것이지, 실제로 의원직을 던지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윤해 이종선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