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허버트 R 맥마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이 베트남전쟁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 ‘직무유기’가 출간된 지 20년 만에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5위에 진입했다. 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으로 임명하자 이 책은 곧바로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역 장교가 린든 존슨 전 대통령과 로버트 맥나마라 전 국방장관 등 베트남전쟁 당시 미 정부와 군 수뇌부의 무능과 비겁함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 책은 20년 전 출간 당시에도 화제를 모았다.
저자는 존슨 전 대통령이 명확한 목표와 종합적인 전략 없이 베트남전쟁의 수렁에 발을 내디뎠다고 비판했다. 존슨은 1964년 측근인 맥조지 번디에게 “베트남에서 전쟁을 시작하면 또 다른 한국전쟁이 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스스로 승산 없는 전쟁이 될 것이라고 예견한 것이다. 그러나 존슨은 이듬해에 ‘제한적 공습’으로 시작해 ‘지상군 투입’과 ‘베트콩 사살’을 명령하면서 어느 순간 전면전으로 뛰어들었다.
게다가 존슨은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의회와 국민들에게 숨겼으며, 군은 백악관의 구미에 맞게 거짓 증언을 서슴지 않았다. 국방부장관은 베트남전쟁보다 대통령의 재선에 더 관심을 쏟았고, 합참 등 군 수뇌부는 국가안보회의의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됐다.
저자는 “베트남전쟁은 전투현장이나 뉴욕타임스 1면, 대학가에서만 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전쟁”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전쟁의 재앙은 냉전 같은 비인격적 힘의 산물이 아니라 존슨과 그의 참모들이 책임져야 할 인재(人災)라는 게 맥마스터의 판단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지구촌 베스트셀러] 맥마스터의 ‘직무유기’
입력 2017-03-09 17:54 수정 2017-03-09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