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에 놓인 코뿔소가 초원이나 밀림도 아닌 동물원에서 도륙당했다. 영국 BBC방송은 7일(현지시간) 밀렵꾼들이 전날 밤 프랑스 파리의 투아리 동물원에 사는 4세 흰코뿔소 뱅스(사진)의 머리에 총을 세 발 쏴 죽이고 뿔을 갖고 달아났다고 보도했다. 뿔 한쪽은 톱으로 잘라 가져갔고 다른 쪽은 자르다 말았다. 동물원 관계자들은 유럽을 통틀어 전례 없는 경우라며 충격에 빠졌다.
경찰과 동물원 측은 이번 사건을 전문 밀렵꾼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동물원 측은 “현장 직원 5명이 근무하고 있었고 감시카메라가 작동하고 있었지만 밀렵꾼이 외부 울타리와 내부 철제문을 훼손하고 침투했다”고 밝혔다. 또 “뿔을 자를 목적으로 전기톱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형적인 밀렵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코뿔소 뿔은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수요가 높아 밀렵꾼의 주요 목표물이 된다.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코뿔소 뿔이 암 치료와 발기부전 등 각종 질병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 없는 속설이 떠돌아서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코뿔소 뿔은 ㎏당 3만∼4만 유로(약 3600만∼4800만원)에 거래된다. 암시장에서는 더 높은 돈을 받고 팔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뱅스는 인간의 계획에 따라 태어나 인간의 탐욕에 의해 죽었다. 2012년 네덜란드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우간다를 중심으로 2만1000마리 남은 흰코뿔소 멸종을 막기 위한 번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뱅스는 그때 태어난 코뿔소 250마리 중 한 마리다. 2015년 프랑스로 건너왔지만 코뿔소 평균수명(40세)의 10분의 1밖에 살지 못하고 처참하게 죽었다.
프랑스는 지난해 뿔과 상아 거래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세골렌 루아얄 환경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코뿔소 도륙은 불법”이라면서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뿔 거래가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지 엘리스 국제코뿔소재단 사무총장은 “밀렵꾼들이 다른 동물원도 살펴봤을 것”이라며 “동물원에서 코뿔소 안전을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파리 동물원 코뿔소 ‘뱅스’ 전기톱 살육사건
입력 2017-03-09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