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 낭떠러지 앞에서 말 세워라”

입력 2017-03-08 17:48 수정 2017-03-08 21:31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8일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왕 부장은 특히 사드와 한반도 문제를 언급할 때는 주먹을 쥐어보이거나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려 애썼다. 그는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도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비난했다.

왕 부장은 이날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5차 전체회의에 맞춰 베이징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중·한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문제는 한·미 양국이 이견이 넘치는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사드에 대해 처음부터 결연히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드의 관측 범위가 한반도를 훨씬 넘어서고, 중국의 전략안보 이익을 침해하기에 사드를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은 특히 “사드는 분명히 잘못된 선택이고 이는 이웃 나라로서의 도리를 어긴 것이자 한국 안보를 더 위험한 경지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내 모 세력이 자기 고집을 부리지 않기를 권고한다”면서 “아니면 결과는 남에게 손해를 끼치고 자기도 손해를 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이 낭떠러지에서 말을 세워 사드 배치 과정을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하며 잘못된 길에서 더 멀리 가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은 최근 한반도 사태와 관련해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고, 한·미도 대규모 군사훈련을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서로를 향해 달리는 기차와 같다”며 “빨간불을 켜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기존의 양비론을 되풀이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양측이 대화 테이블로 복귀한 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을 결합해 대등하게 각자의 관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남중국해 분쟁과 관련해서는 “지난해보다 ‘다소’ 안정된 것이 아니라 ‘아주’ 안정된 상태”라며 “이는 중국과 동맹국 간 공동 노력의 결과이고 이 지역과 세계의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누구라도 안정된 국면을 파괴하려 한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며 미국의 남중국해 군사행동을 비판했다. 미국은 최근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남중국해에 투입해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였다.

왕 부장은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는 “3국이 서로 협력하는 데 방해가 될 여러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사실상 반대 뜻을 밝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