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에 대해 중국 당국과 민간 차원의 보복성 조치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한 대형 포워딩 업체가 롯데 물품을 운송하지 않겠다고 밝혀 ‘롯데 보이콧’이 물류업계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8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중국 선전의 A포워딩 업체는 최근 롯데 제품의 물류 대행 업무를 중단하겠다는 메일을 협력업체에 보냈다. ‘사업파트너님께 드리는 말씀’으로 시작하는 이메일에는 “여러분 모두가 아시는 사실(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로 본사는 오늘부터 롯데 관련 에이전트 업무를 중단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A사는 중국 독자법인으로 선전에서 다수의 한국 업체들의 운송 제반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다. 글로벌 물류기업인 DHL, 페덱스 등과도 업무 협력을 하고 있다.
포워딩 업체가 특정 회사를 지목해 거래를 거절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거래 회사 제품이 중국에서 통관 거부될 가능성이 높아 포워딩 업체의 손해가 예상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거래 중단은 하지 않는다”며 “A사가 의도적으로 롯데의 업무를 거부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민간회사 차원의 보복행위일 수도 있지만 다른 물류업체들이 동참할 경우 롯데의 화물운송과 유통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중국 민간업체 사이에서는 중국 롯데 제품의 납품을 거부하거나 롯데마트에 공급했던 물품을 철수하는 등 ‘롯데 보이콧’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산둥성 웨이하이 롯데백화점에서는 중국인 200∼300명이 대규모 항의집회를 갖기도 했다.
롯데의 중국 사업은 당국의 보복 조치로 사면초가에 빠지는 양상이다. 롯데에 따르면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공장이 최근 중국 당국의 소방점검에서 안전시설 미흡을 이유로 1개월간 생산중지 조치를 받았다. 이 회사는 미국 허쉬사와 롯데제과가 각각 50%를 투자해 만든 초콜릿 공장으로 허쉬 키세스, 허쉬 바 등을 생산한다. 연매출은 800억 규모다. 롯데마트에 대한 규제도 연일 강화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마트 지점은 55곳으로 중국 현지 롯데마트 전체 점포 99곳의 절반을 넘어섰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롯데 물품 운송 않겠다” 中 물류대행업체도 가세
입력 2017-03-0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