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단계부터 ‘교육 사다리’… ‘흙수저’ 없앤다

입력 2017-03-09 00:00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복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가 9년 만에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소득 격차에 따른 학력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공교육에서 좀 더 꼼꼼히 가르치는 체계를 정비키로 했다. 어릴 때부터 배울 건 반드시 배우고 진학하도록 학교·교사 책무성을 높이고, 동시에 필요한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저소득층 영재를 조기에 발견해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원 스톱으로 지원한다. 저소득층 미취학 아동이 부담 없이 사립유치원에 다니도록 국공립유치원 원비 수준으로 비용을 낮춘 ‘공공형 사립유치원’도 도입한다. 다만 재원 조달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으며 다음 정권에서 이를 수용할지도 미지수여서 아직 ‘반쪽’ 대책이다.

교육부는 8일 ‘경제·사회 양극화에 대응한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발표했다. 2008년 ‘교육복지종합대책’ 이후 처음 나오는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종합 대책이다. ‘수저 계급론’이 대두되자 지난해 9월 착수했다.

교육부는 유아 단계부터 학습 결손이 누적돼 고교 단계에선 손쓸 수 없이 격차가 커진다고 판단했다. 우선 올해 12월까지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한다. 어린이집에 다니든 유치원에 다니든 동일한 출발선에 서도록 한다는 목표다. 국공립유치원은 경쟁이 치열하고 사립유치원은 비용 문제로 저소득층 가정에선 어린이집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저소득층 어린이들도 유치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공형 사립유치원을 도입한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유치원 2곳을 선정해 공공형 유치원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월 20만원대 학부모 부담금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초등학교부터 기초학력을 유지하도록 집중 관리한다. 교사가 다수 학생을 가르치다 보니 일방적으로 진도를 나가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사교육을 받거나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해 왔다. 사교육 받는 학생은 문제없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은 모르는 내용이 쌓인다. 상급학교로 진학해 내용이 어려워지면 점점 흥미를 잃고 결국 공부를 포기하게 된다. 사교육비 차이가 학력으로 이어지는 요인이다.

앞으로는 교사가 퀴즈 등으로 수시로 학생 이해도를 체크하고 보충학습, 또래 멘토링, 보조교사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도록 했다. 학교나 교사별로 차이가 크게 발생하지 않도록 기초학력 보장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한다. 학습부진 학생 발생에 대한 책임을 국가·지방자치단체·학교로 구분해 책무성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초중등교육법도 개정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남보다 앞서 나가려는 선행학습 사교육에는 효과가 제한적이겠지만 공교육 결손 부분을 채우려는 사교육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꿈사다리 장학제도’(가칭)도 눈에 띈다. 저소득층 초등학교 6학년생 가운데 선발해 중·고교 때는 학습상담과 기숙사비를 지원한다. 대학에 진학하면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여러 장학제도가 있었지만 정부에서 한 학생을 조기 선발해 초·중등 단계부터 대학까지 계속 지원하는 장학제도는 충분하지 않았다.

글=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