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vs 북·중·러… 심상찮은 ‘사드 확전’
입력 2017-03-08 18:12 수정 2017-03-08 21:40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와 사드(THAAD) 한반도 전개로 동북아 정세가 한층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드 때문에 ‘한·미·일 vs 북·중·러’의 3대 3 구도가 더욱 뚜렷해져 ‘신(新) 냉전’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미국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까지 직접 나서서 중국을 거론하며 “사드는 한·일 양국의 국가안보 문제”라고 규정했다.
동북아 정세가 ‘강 대 강’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의 한·중·일 3국 방문이 주목받고 있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대행은 “틸러슨 장관은 15∼19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중·일 등 아태지역을 방문한다”면서 “3국에서 고위 당국자와 만나 북한 핵·미사일 대응을 위한 전략적 공조 등 양자·다자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틸러슨 장관은 15일 일본을 먼저 방문한 뒤 17일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사드 배치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 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예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외교수장 간 회담은 2월 중순 독일 본에서 만난 뒤 한 달 만이다. 당시 두 장관은 한·미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접근방안’을 모색한다는 뜻을 재확인한 바 있다.
미 행정부 일각에서 ‘한반도 전술핵 배치’ ‘대북 선제타격’ 등 초강경 옵션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양국이 어떤 대북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틸러슨 장관은 이어 18∼19일 중국을 방문한다. 그는 중국 관리들과 만나 ‘한·미·일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사드에 대한 한·미 양국의 기본 입장을 밝히고 한국을 겨냥한 중국의 보복조치에 우려의 메시지를 보낼 가능성도 있다.
토너 대변인대행은 “미국은 사드가 한국 및 주한미군 보호 외에 다른 목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면서 “북한은 한·미·일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과도 대화와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역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이해하나 이는 한국과 일본의 국가안보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는 미·중 양국 상황을 보면 틸러슨 장관의 중국 방문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많다.
특히 사드 문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반대 입장을 내놓았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양보할 여지가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이 향후 3∼4개월간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한·중 갈등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국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중국은 한·중 관계 재설정을 위해 보복 공세를 자제할 것이라는 논리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8일 “중국도 무작정 사드 전선을 넓히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 대선 정국과 맞물려 어느 정도 해결책이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反)사드 공동전선을 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일단 반대 입장을 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러는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안보리 언론성명에 찬성표를 던졌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중·러를 포함한 안보리 이사국이 단합해 북한 도발에 신속하고 단호한 규탄 입장을 발표한 것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글=조성은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jse13080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