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대박의 꿈이 깨지고 있다. 저유가 여파로 힘겨웠던 지난해와 달리 연초부터 수주 호재가 잇따르면서 기대가 커졌지만 실적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 수주 실적은 116건, 28억 달러(약 3조2071억원)를 기록했다. 최근 10년 사이 최저 수준인 지난해 같은 기간(51억 달러)에 비해 반 토막 수준이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 규모는 2010년 716억 달러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세다. 지난해 말 유가 상승 기조에 ‘이제 다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현실에선 오히려 수주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수익성 높은 대형 공사가 줄어든 데다 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 시장이 움츠러든 탓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 관련 수주액은 8일 기준 5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5억9545만 달러)에 비해 10억 달러가량 줄었다.
멕시코 등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국가와 맺은 건설 수주액도 같은 기간 33억7177만 달러에서 8억7513만 달러로 감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초 대림·SK건설의 터키 차나칼레 현수교, 대우건설의 카타르 이링 고속도로 확장공사 계약 등 낭보가 이어졌지만 전반적인 해외 건설 경기가 녹록지 않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저유가로 발주가 미뤄졌던 중동지역 건설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록적인 실적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는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말 러시아 영업팀을 신설했다. 러시아 발전플랜트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GS건설도 지난해 말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6600억원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 수주에 성공했다. 현대건설도 중동시장에서 벗어나 우즈베키스탄과 베네수엘라 등을 집중 공략 중이다. 국토교통부도 사업 발굴 단계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를 올해 초 내놓기도 했다.
다만 11·3대책 이후 국내 건설시장이 얼어붙고,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물량도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여서 해외 수주를 늘리기 위한 특단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외 수주 감소에 따라 매년 제기되는 시장 다변화, 금융 경쟁력 강화 등 관련 대책은 미흡하다”며 “건설사 차원에서 시공뿐 아니라 설계와 엔지니어링 기술 역량 강화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건설업계 해외 수주 ‘봄날’ 아직 멀었나
입력 2017-03-09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