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에 반발하는 가운데 미국이 7일(현지시간) 대북제재 불이행을 이유로 중국 기업에 1조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했다. 이날 백악관이 중국의 사드 반발을 일축하는 동시에 정부 부처 3곳을 동원해 벌금 부과를 발표한 것은 개별 기업 제재를 넘어 중국 정부를 겨냥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미 재무부, 상무부, 법무부는 이날 제재 대상인 북한과 이란에 금지 물품을 수출한 중국 통신장비 기업 ZTE에 11억9200만 달러(1조3633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미국이 제재 위반과 관련해 외국 기업에 부과한 벌금액 중 최고액이다. ZTE는 중국 내 최대 통신장비 기업이자 애플, 삼성, LG에 이은 세계 4위 휴대전화 제조사다.
ZTE는 미국 퀄컴사 등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품을 사들인 뒤 이를 북한과 이란에 수출했다. ZTE는 북한에 283차례(액수 미상)에 걸쳐 라우터, 마이크로프로세서, 서버를 수출했다. 이란에도 통신장비 3200만 달러(약 366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경제제재와 수출통제법을 무시하는 나라들은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가장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이번 조치는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회사를 처벌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 스마트폰·통신장비 회사 화웨이도 비슷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가 더 확대될 수도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도입할 수 있음을 중국에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 제3국 기업들 대부분이 중국 업체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한국에 대한 비이성적인 사드 보복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차원일 수도 있다. 특히 오는 18∼19일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사드 배치와 대북제재 관련해 미국이 ‘기선잡기’에 나선 측면도 있다. 이날 백악관 숀 스파이서 대변인도 “사드 배치는 한국의 안보에 관한 문제”라며 중국의 반발을 비판했다.
한편 국제은행 간 통신 협정인 스위프트(SWIFT)는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 은행 3곳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최근 중단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로써 유엔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은행 7곳은 모두 스위프트에서 퇴출됐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美, 北과 거래한 中기업에 사상 최대 벌금
입력 2017-03-08 17:47 수정 2017-03-08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