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탄명성교회 “거리 청소로 지역사회에 행복 심어요”

입력 2017-03-09 00:03
경기도 평택시 송탄명성교회 성도들이 지난달 19일 교회 인근 동네 거리를 청소하러 가기 전에 교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탄명성교회 제공

경기도 평택시 송탄명성교회(조성진 강도사)는 거리를 청소하는 교회다. 성도 수는 아이들까지 다 합쳐 70여명. 이들이 모두 나와 교회를 중심으로 길 위에 떨어진 휴지, 오물 등을 수거한다. 대충 하는 게 아니다. 보통 한 번에 100ℓ 쓰레기봉투 20여개를 채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정동 행정복지센터는 청소용품 지원에 나섰다. 이달 중엔 월 1회 자기 집 앞 청소를 통해 행복을 전하자는 취지로 교회와 업무협약도 한다.

조성진(36) 강도사는 8일 “대단한 것은 아니다. 작은 교회로서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거창한 일만 생각해 작은 교회로서 할 게 없다는 좌절을 경험했었다”면서 “하지만 고민을 거듭하다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청소를 생각해냈다”고 했다. 조 강도사는 지난해 2월 백석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고 다음 달 목사 안수를 받는다.

교회 인근은 평택에서도 낙후된 지역으로 꼽힌다. 건물은 대부분 1980∼90년대에 지은 것이고 주위에 논밭도 많다. 논과 밭에서 나온 폐비닐, 트럭 등에서 떨어진 각종 폐기물이 도로 주변에 쌓여있다.

청소는 2012년부터 시작했다. 봄과 가을 1년에 두 번, 주일예배를 마치고 오후 2∼4시 거리의 쓰레기를 주웠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청소용품을 지원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다. 서정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인 조 강도사가 앞서 열린 회의에서 교회의 청소봉사이야기를 했는데, 이를 귀담아 들은 이가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한 것이다.

지난달 19일 청소를 할 땐 행정복지센터의 계장도 참석했다. 이튿날엔 황광철 서정동장이 교회를 방문했다. 황 동장은 행정복지센터와 근로복지공단이 주관하는 ‘행복홀씨 입양사업’에 동참해 달라며 업무협약을 제안했다. 자기 집 앞 청소를 통해 타인에게 행복을 주자는 취지다. 그래서 이달 중 협약식을 갖고 교회 앞에서 서정지하차도까지 300m를 매달 한 번씩 청소하기로 했다. 조 강도사는 “작은 교회의 아주 작은 일을 지역이 알아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동네를 잘 섬기겠다”고 했다.

조 강도사는 본래 목회를 할 생각이 없었다. 이 교회 담임이었던 아버지의 바람대로 백석대 신학과에 입학은 했지만 졸업을 하자마자 영어공부를 핑계로 호주로 떠났다. 그러나 5년 전 아버지가 별세했다는 비보를 듣고 귀국해 교회를 맡았다. 백석대 신대원에도 진학했다. 그는 “아버지는 이곳 작은 교회에서 평생 무보수로 청년들을 키우셨다”며 “저도 다음세대에 대한 소망을 갖고 목회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 강도사는 이를 위해 오는 5월 지역아동들을 위한 영어뮤지컬을 준비했다. 그는 “영어를 매개로 접근하는 이단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영어뮤지컬을 준비했다”며 “작은 교회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일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