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결정 앞두고 뿌리는 ‘불복의 씨’… 당장 중단하라

입력 2017-03-08 17:59 수정 2017-03-08 21:28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할 탄핵심판 선고일이 마침내 결정됐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전 11시 선고하겠다고 발표했다.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기각되면 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선고를 이틀 앞둔 8일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이 국회에서 ‘탄핵심판 쟁점 분석’이란 세미나를 열었다. 탄핵소추 절차가 위법해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한국당 의원 59명은 헌법재판소에 각하나 기각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키로 했다. 이를 당론으로 정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선고일이 다가오면서 태극기집회에서나 들리던 말이 국회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친박 의원들이 조직적인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국론 분열을 차단하고 승복과 통합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들이 절차적 문제 등을 주장하며 불복의 씨를 뿌리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 이런 행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가 9인 체제로 될 때까지 선고를 미뤄야 하며 8인 체제의 결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불복 선언이나 다름없는 말을 대통령 대리인이 거리낌 없이 내뱉는 현실은 비통하다. 정치권 주변에선 ‘탄핵괴담’까지 나돌고 있다. 재판관 몇 명이 기각 또는 각하를 주장하고 있다거나 재판관 평의 도중 고성이 오갔다는 식의 루머가 난무한다. 모두 근거 없는 소설이다. 평의는 배석자 없이 재판관들만 참석하기에 논의되는 상황이 외부로 새어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이런 괴담은 헌재 결정이 나오면 음모론으로 둔갑해 그 정당성을 깎아내리려 할 것이다. 루머는 루머일 뿐임을 인식하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신경전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날도 헌재 주변에서는 “탄핵 인용”과 “탄핵 기각”을 외치는 이들의 잇단 집회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태극기집회 측은 헌재를 향해 대형 스피커를 세워둔 채 ‘총력투쟁’에 나섰고, 촛불집회 측은 선고 전날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뒤 헌재 인근까지 행진하기로 했다. 만에 하나 충돌이 발생할 경우 갈등과 분열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헌재는 헌법적 분쟁에 대한 최종 판단 기관이다. 헌재 결정에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보호한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재판부는 대통령 탄핵 제도에 대해 “누구든지 법 아래에 있고 아무리 강한 권력자라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의 지배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결정에 압력을 넣거나 흠집을 내거나 불복하는 행태는 모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제 헌재의 결정을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촛불과 태극기는 가슴에 묻고 미래를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