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기업에 강력한 세컨더리 보이콧 필요하다

입력 2017-03-08 17:59
미국 정부가 7일(현지시간) 중국 2위 통신장비 기업인 ZTE에 대해 북한·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11억9200만 달러(약 1조3702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 정부가 제재 위반과 관련해 외국 기업에 부과한 벌금액 중 최대 규모다. ZTE는 북한에 283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를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정부가 스마트폰·통신장비 제조사인 화웨이 등도 비슷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어 처벌 대상에 오를 중국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ZTE 벌금 부과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직접 중국 기업을 손본 첫 번째 사례라는 데 의미가 있다. 북한과 불법 거래를 지속할 경우 ‘혹독한 대가’가 뒤따를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해당 기업을 넘어 중국 정부에 보낸 것이다. 중국이 계속 북한을 감쌀 경우 북한과의 합법적 거래 기업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이행할 수 있다는 의지도 담겼다. 특히 사드 한반도 배치가 시작된 지 하루 만에 나온 고강조 조치라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대북 및 대중 동시 압박 정책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그럼에도 여전히 이중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북한에는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을, 한·미에는 사드 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사드 배치의 1차적 원인 제공은 북한이 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방조한 책임은 중국에 있음을 망각한 발언이다. 또 러시아가 중국 국경 인접 지역에 거대한 방공 레이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데도 중국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번 ZTE 벌금 부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잘 이행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거짓임을 입증해줬다. 왕 부장의 언급대로 ‘이웃 국가의 도리’를 다하려면 사드 보복에 앞서 인민이 굶어 죽어가는데도 핵무기 개발에만 몰두하는 북한 제재에 앞장서는 게 먼저다.

때마침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중·일 3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 중국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만큼 치밀하고도 일치된 대중 메시지 마련이 중요하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압박책과 함께 중국의 사드 보복을 줄일 수 있는 창의적 외교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북핵 위협 해소 후 사드 한반도 철수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카드 등을 활용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