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을 넘긴 노인이 불우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3개월 새 두 번이나 3000만원씩 익명으로 기부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8일 충남 공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80대 노인이 시장실을 찾아와 ‘가장 불쌍한 시민에게 나눠주라’는 쪽지와 함께 3000만원짜리 수표를 놓고 신분 확인을 거부한 채 떠났다.
이 노인은 쪽지에 ‘약소한 금액이지만 공주에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제일 불쌍한 시민에게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주시장님 꼭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한자 섞인 세로쓰기로 적었다.
이 노인은 지난해 12월 9일에도 이번과 똑같이 시장실을 방문해 ‘시내에서 가장 불쌍한 시민에게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적힌 쪽지와 3000만원짜리 수표를 놓고 갔다. 그러면서 인적사항을 묻는 시청 직원에게 “다문화가정이나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등 생활이 어려운 이웃에게 다가오는 명절 이전까지 나눠줬으면 좋겠다”는 말만 남기고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사라졌다.
공주시는 이 노인의 신원과 기부 사연이 궁금했지만 남몰래 기부를 실천하려는 어르신의 뜻을 지켜주기 위해 굳이 신분을 확인하지 않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어르신은 시청을 방문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수표를 발행한 농협에도 자신을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공주시는 이번 기부금을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해 읍·면·동장의 추천을 받은 기초수급자, 중위소득 80% 이하 가구 중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등 생계가 어려운 100가구에 30만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공주=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
3개월 새 3000만원 수표 2차례 전달한 80대 노인 “가장 불쌍한 시민에 나눠주라”
입력 2017-03-08 21:03 수정 2017-03-08 2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