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부임 첫해 정규리그 우승 이끈 박기원 감독 “후배 감독들과 경쟁 위해 술·담배 끊어”

입력 2017-03-08 18:30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이 지난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좋은 선수들이 감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줬습니다. 이렇게 좋은 선수들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의 박기원(66) 감독은 지난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방송 인터뷰 때 자신을 한껏 낮추고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진정한 우승 주역 주역은 박 감독이었다. 그는 1970년대 센터 플레이어로 김호철, 강만수 등과 함께 국가 대표팀을 이끈 스타였다. 1979년엔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인 이탈리아 배구 리그에 진출했다. 2년 동안 선수로 활약했고 이어 코치와 감독 생활을 한 뒤 2002년엔 이란 대표팀을 맡았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선 이란에 은메달을 안겨 지금까지도 ‘이란 배구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또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지내며 해외 선진 기술을 전수했다.

박 감독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이끌었지만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한국에서 지도자를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 배구 문화를 전혀 몰랐다”며 “외국에서 배운 것과 한국 배구의 문화 사이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박 감독이 화려한 배구 인생에서 맞추지 못한 마지막 퍼즐은 우승이었다. 지난해 4월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으며 마침내 꿈을 이룰 기회를 잡았다. 스피드 배구 신봉자인 박 감독은 대한항공의 체질을 확 바꿨고, 마침내 부임 첫 해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시쳇말로 ‘선수빨’로 이룬 업적이 아니다.

배구계 최고참 감독으로서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위한 지론도 뚜렷했다. 박 감독은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승을 위해 술과 담배를 모두 끊었습니다. 술과 담배를 하면 체력이 달려 오후 7시나 8시가 넘으면 아무 것도 못합니다. 지금은 오후 10시까지도 거뜬합니다.” 체력 못지않게 강조한 것이 부지런함이다. 오전 6시에 일어나 6시20분이면 구단 사무실로 출근한다는 박 감독은 이런 말도 했다.

“젊은 40대 감독들과 경쟁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아마 내가 (후배 감독들보다)하루에 2, 3시간 더 많이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60 청춘’ 박 감독의 일성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