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끼오’하는 울음소리만 들어도 눈빛만 봐도 상태가 어떤지 알지요. 닭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삶의 동반자라고 생각하면 그리 보여요.”
경남 합천군 애향교회 주영환(52) 목사는 양계장의 닭들을 동반자라고 불렀습니다. 주 목사의 양계장은 산성산을 등에 지고 양천강 지류가 바라다 보이는 고즈넉한 시골길 끝자락에 있습니다. 주 목사가 동반자로 여기는 닭은 4500여 마리입니다. 2008년 이곳에 교회를 개척한 후 교회 주변은 ‘닭판’이 됐습니다. 주 목사는 “자립을 위해 시작한 양계가 목회와 삶, 지향점을 모두 바꿔 놨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개척 당시 세 가정에 불과했던 성도들 가운데 한 가정과 함께 양계를 통한 농촌 선교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성경적 가치관을 담아낸 양계의 핵심은 ‘생명농법’이었습니다.
“옴짝달싹 못하게 가둬놓고 성장촉진제 맞혀 가며 계란공장 마냥 무정란을 쏟아내는 건 성경적 가치관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놀고 사료를 발효시킨 땅에서 자라게 하면 웬만한 전염병에도 끄떡없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전남 전북 충남 등지를 중심으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며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지만 주 목사의 양계장은 성경 속 구름기둥 아래처럼 평온했습니다. 애향교회 주보 맨 앞장엔 ‘생명은 생명을 낳는다’는 표어가 적혀 있습니다.
매달 7만∼8만개의 유정란을 생산하는 탄탄한 양계농가로 성장한 주 목사의 목회비전은 ‘오병이란(五餠二卵)의 기적’을 세워나가는 교회입니다. 개척 당시 ‘제 코가 석자’인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헌금의 3분의 1을 뚝 떼어다 지역 내 미자립교회를 도왔던 애향교회의 선교 사역은 10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성도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출석 성도는 20여명으로 단출합니다. 지난해 10월엔 ‘선유농’이란 이름의 주식회사도 세웠습니다. 10년차 ‘생명농법 양계’의 노하우를 모아 농촌의 미자립교회 사역자들과 동행하기 위해섭니다.
“지리산 아랫자락에 예장통합 교단 산하 교회가 110개 정도인데 그 중 절반 이상이 미자립입니다. 고락(苦樂)을 같이했던 목회자와 사모들에게 노하우도 전하고 귀한 사역을 함께 이어가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지요. 슬로건도 ‘밥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먹는 것’이랍니다(웃음). 농촌은 지금도 생명이 깃들고 새로운 희망을 일궈낼 수 있는 선교의 장입니다. 상생하고 공생할 수 있는 농촌목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농어촌교회 24시] 생명농법 양계 노하우 목회자들에 전해… ‘오병이란’ 기적 이뤄 미자립교회와 동행
입력 2017-03-09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