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결국 그 벽을 넘는다.’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이란 노래로 잘 알려진 현대기독교음악(CCM) 듀오 ‘좋은씨앗’의 이유정(55) 이강혁(52) 목사가 ‘담쟁이’라는 노래를 안고 돌아왔다. 15년 만의 앨범 ‘선물’(재킷)이다. 최근 두 사람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온라인 음악서비스로 새 노래를 들으며 대화를 나눴다. “이거 우리 노래네요.” 이강혁 목사가 웃었다. 담쟁이는 도종환의 시에 이유정 목사가 곡을 붙인 곡이다. “5년 전 시를 처음 읽었는데 그때 전율이 있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담쟁이가 벽을 타오르는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거대한 사회구조 속에 있는 연약한 우리 사람들의 모습 같았어요.”
이유정 목사가 계속 설명했다. “지난해 연말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몇 차례 참석했습니다. 모든 구호에 제가 동의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로서 어떤 벽을 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곡을 붙이게 된 이유다. 좋은씨앗은 이 노래를 다른 사역자 이길승 전병철 조준모 한웅재 한은택과 함께 불렀다.
선율은 부드럽지만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희망의 메시지가 어우러져 상승하는 힘을 느끼게 한다. “저는 담쟁이 잎 하나가 예수님 같아요. 개인이나 사회나 모두 어떤 절망의 벽을 갖고 있잖아요. 지금 우리나라도 그렇고요. 예수님은 죽음이라는 절망을 이기고 부활하신 분이에요. 그 예수님을 따라 가면 우리가 모두 그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복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음반에는 담쟁이를 포함해 모두 12곡이 실렸다. 두 사람의 신앙의 여정과 회복된 삶이 담겨 있다. 국내 CCM계에 통기타 포크음악을 개척한 좋은씨앗은 1집 ‘평안’(1991)을 시작으로 8집 ‘내 영을 주께’(2002)까지 8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해 30만장 이상을 팔았다.
9집을 내기까지 왜 이렇게 오랜 공백기가 있었을까. 이강혁 목사의 얘기다. “저희가 한참 활동할 땐 모두 복음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그 열정으로 연결된 친밀한 공동체가 있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열정이 조금씩 식었고 제 안의 에너지가 고갈됐어요. 사역과 관계 안에서 제가 바라는 것들이 좌절되면서 결국 번아웃(Burn out, 소진)됐어요.” 이유정 목사가 그의 말에 덧붙였다.
“제 잘못이 컸어요. 제가 음반기획사 등을 차리면서 듀오 활동에 소홀해졌고 이 목사를 외롭게 만든 것 같아요.” 미안한 표정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가게 갔다. 이강혁 목사는 방송국 등에서 일하다 경기도 연천에서 농사를 지으며 글을 썼다. 이유정 목사는 미국으로 유학 가 예배학을 공부하고 교회에서 예배디렉터로 일했다.
이강혁 목사는 지난 시간에 대해 “‘광야의 시간’이었다.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유정 목사는 “하나님 앞에서 무너지고 깨지는 시간”이라고 했다. 지난해 여름 두 사람은 그동안 일을 터놓고 얘기했다. 서로에 대한 아쉬움과 섭섭함에 대한 것이었다. 이유정 목사는 “제가 미국 가면서 (이 목사를) 혼자 둔 게 미안했다”고 한다. 둘은 화해했고 이번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은 관계 회복의 결과물이다. 이강혁 목사는 일주일에 2∼3일 하나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반드시 확보한 뒤 사역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지러운 시대에 하나님 나라를 노래하는 시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유정 목사는 “불러주시면 어디든 가서 노래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앞으로 좋은씨앗의 좋은 노래를 계속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절망의 벽 앞에서 희망의 노래를 들려주다
입력 2017-03-10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