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d 엔터스포츠] 선수들 삶 시시콜콜 ‘손안의 세상’서 多본다

입력 2017-03-10 05:05
아랍어로 운영 중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인기 구단 FC 바르셀로나(왼쪽)와 레알 마드리드의 공식 트위터. 두 클럽은 전 세계 축구팬들을 위해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로 SNS를 운영하고 있다. 각 구단 트위터 캡처


일분일초가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매번 경기장을 찾아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막상 시간을 쪼개서 경기장에 가도 팬들이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스포츠계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프로농구 KGC의 ‘양희종과 오세근의 캔 빨리 따기 대결’처럼 경기 중에는 볼 수 없었던 스타 선수들의 이색적인 모습들을 언제 어디서든 접할 수 있게 됐다. SNS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 하는 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국내 프로스포츠의 각 협회 및 구단들은 모바일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최소 하나 이상의 SNS를 운영하고 있다. 팬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선수 또는 구단과 소통하며 원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는다. 협회와 구단은 재미있고 차별화된 콘텐츠 제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는 올 시즌부터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 기능을 활용해 ‘KGC 마리텔’을 선보이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의 KGC 버전이다. 홈경기 이후 방송을 진행하며, 팬들이 보고 싶은 선수나 궁금한 점 등을 SNS로 사전 접수받아 구단이 방송 내용을 꾸민다. 팬들은 방송 중 라이브 채팅 기능을 활용해 선수들에게 각종 질문이나 요구사항을 전한다. ‘캔 빨리 따기 대결’뿐 아니라 ‘충성 마리텔 신고식’ ‘양희종과 강병현의 KGC 1대 100’ 등은 팬의 눈길을 끈 영상들이다. KGC 관계자는 “지난 시즌까지 4년 동안 구단 페이스북 팔로워가 4357명이었는데 올해에만 2600여명이 늘 정도로 호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는 최근 외국인 선수 마이클 크레익의 ‘줄넘기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삼성 관계자는 “주로 팬들이 궁금해 하는 선수들의 숙소 영상이나 평소 훈련 모습들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단순한 관심사항 외에 팬들이 페이스북 메시지 기능을 통해 구단의 문제점 등을 제기하면 사안들을 면밀히 검토하기도 한다.

프로농구연맹(KBL)은 8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어시스터’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앞세워 SNS에 ‘KBL 멜농차트’를 연재 중이다. 라운드별 경기리뷰와 함께 10개 구단이 처한 상황을 노래제목에 빗대어 소개하는 재기발랄한 콘텐츠다. KBL이 운영하는 SNS 콘텐츠 중에서 올 시즌 가장 인기가 많다.

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은 경기 전후로 여자 선수들의 셀프카메라 영상을 공개한다. 지난 2월 중순 신한은행의 가드 신재영은 셀카 영상을 통해 새 외국인 선수 빅토리아 맥컬리를 영어로 소개했다. 학창시절 미국에서 농구 유학한 덕으로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냈다. 강이슬(KEB하나은행)은 박혜진(우리은행)에게 “언니, 우승 확정했으니 경기 살살 해줘요”라고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WKBL 관계자는 “촬영 중 NG가 나더라도 편집 없이 날 것 그대로의 영상을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농구팬 석주선(25)씨는 “경기가 끝나고도 SNS를 통해 팬들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인간미가 넘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팬심이 더 깊어진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구단 공식 페이스북뿐 아니라 ‘베어스포티비’라는 영상 전용 페이스북 페이지를 별도로 운영한다. 시즌 중에는 경기장 밖 선수들의 일상을 영상에 담기도 하고, 비시즌엔 전지훈련이나 연습경기 영상을 공개한다. 최근엔 페이스북 라이브방송 기능을 활용해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를 생중계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고 있는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맞아 한국 대표팀 선수들 사진을 페이스북에 업로드했다. 직접 경기장에 가지 않아도 대표팀 선수들의 훈련 장면을 스마트폰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야구팬 김지영(25)씨는 “SNS 직캠 영상을 통해 전해지는 선수들의 뒷이야기,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 얘기를 듣다보면 친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구단들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경기결과와 득점상황을 전한다. 팬들은 굳이 중계영상을 시청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SNS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경기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 해외 구단들은 어떻게 소통하나
텍스트 콘텐츠가 강점인 트위터 주로 활용


해외 스포츠 구단들은 SNS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사실 우리나라처럼 인터넷망이 촘촘히 발달한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한국 구단들이 영상이나 사진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적극 활용하는 반면, 해외 구단들은 텍스트 콘텐츠에 강점을 보이는 트위터를 주된 소통수단으로 삼는다.

또 해외에서는 구단뿐 아니라 스포츠 기자들도 트위터를 통해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한다.

특히 미국프로야구(MLB)를 담당하는 미국의 각 지역 언론에 속해 있는 기자들이 대표적이다. LA다저스를 담당하는 LA타임스 빌 샤이킨 기자는 류현진의 시범경기 첫 피칭 일정을 지난 7일 처음 소개했다. 이들은 구단 관계자 및 선수들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수시로 스킨십하며 팬들이 궁금해 하는 정보를 캐낸다. 기사를 작성하기도 전에 트위터에 2∼3줄로 뉴스거리를 요약해 전달한다. MLB의 한 구장에서 주고받은 시시콜콜한 내용들도 트위터를 통해 전파돼 몇 분만 지나면 전 세계 야구팬들이 다 아는 정보가 된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문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는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2)와 리오넬 메시(30)로 인해 전세계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글로벌 구단답게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 아랍어 등 다른 언어로 제공되는 별도의 트위터를 운영 중이다.

바르셀로나의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팔로워 수는 합쳐서 1억명이 넘고, 이는 전 세계 스포츠 구단 중 가장 많은 숫자다. 영어로 운영되는 레알 마드리드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2200만명이 넘고, 페이스북까지 합치면 9980만명으로 바르셀로나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인기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8800만명의 SNS 팔로워를 확보했다.

글=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