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도 근성도 한 수 아래… 한국야구 ‘고척 참사’

입력 2017-03-08 00:06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1라운드 네덜란드와의 A조 두 번째 경기에서 0대 5로 완패한 뒤 힘없이 더그아웃으로 걸어가고 있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에서 2연패를 당한 한국은 네덜란드가 이스라엘과 대만전에서 모두 지는 기적이 없는 이상 1라운드 탈락이 기정사실화됐다. 뉴시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이 수준 낮은 경기력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안방에서 최초로 열린 WBC에서 2연패를 당하며 사실상 1라운드 탈락이 거의 확정적이다. 4년 전 3회 대회 ‘타이중 참사’에 이어 ‘고척 참사’로 이번 대회를 마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1라운드 네덜란드와의 A조 두 번째 경기에서 0대 5로 완패했다. 전날 이스라엘과 연장 승부 끝에 1대 2로 패한 한국은 2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한국은 1회부터 메이저리거들이 주축을 이룬 네덜란드 타선의 화끈한 방망이 쇼에 기선을 제압당했다. 한국 선발투수 우규민은 네덜란드 1번 타자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에게 2구째 만에 좌전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타석에 들어선 주릭슨 프로파(텍사스 레인저스)에게는 125m짜리 대형 투런포를 내주며 리드를 빼앗겼다.

2회에는 어이없는 송구실책이 추가점의 빌미가 됐다. 네덜란드 9번 타자 랜돌프 오두버의 도루를 저지하려던 포수 김태군의 송구가 2루수 서건창의 키를 넘어 실책이 됐다. 3루에 안착한 랜돌프는 시몬스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우규민은 네덜란드 선수들에게 비교적 낯선 사이드암 투수여서 제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전날 부진한 한국 투수진과 다를 게 없었다. 초구가 대부분 볼로 채워지면서 투구수는 빠르게 올라갔다. 결국 우규민은 3⅔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반면 네덜란드 선발투수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 호크스)는 한국프로야구(KBO)에서 활약했던 경험을 앞세워 한국 타자들을 손쉽게 요리했다. 2014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던 밴덴헐크는 KBO리그 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에 올랐던 실력파 투수다. 밴덴헐크는 150㎞대의 빠른 직구로 윽박지르며 한국의 득점 기회를 번번이 무산시켰다. 밴덴헐크는 4이닝 동안 62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봉쇄했다.

한국이 0-3으로 뒤진 6회. 네덜란드는 또 한 번 홈런포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의 두 번째 투수 원종현은 6회 2사 이후 다센코 리카르도에게 안타를 내준 뒤 랜돌프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한국의 득점 기회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2회와 3회, 5회 세 차례나 안타와 볼넷 등으로 두 명씩 주자가 출루했으나 모두 후속타 불발로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일단 분명한 실력차이가 났다. 우리도 안타를 때렸지만 결정적으로 득점과 연결하지 못했다. 네덜란드에 비해 부족했던 부분”이라고 총평했다. 이어 “네덜란드가 선발부터 중간, 마무리 투수까지 완벽하게 경기를 소화했다. 내야 땅볼 유도 능력이 탁월했고, 실력에서 밀렸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안방에서 경우의 수에 의지해야 하는 초라한 처지에 몰렸다. 한국은 9일 대만과 1라운드 A조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우리가 대만을 이기고 네덜란드가 이스라엘과 대만에 모두 큰 점수차로 져야 2라운드 진출이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완벽한 공수 밸런스를 고려할 때 한국과 대만, 네덜란드가 1승 2패로 물고 물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편 1라운드 B조에서는 일본이 쿠바와의 개막전에서 11대 6으로 승리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