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매’ 대한항공·흥국 안방 축배

입력 2017-03-08 00:11
인천이 연고지인 흥국생명 선수들이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2016-2017 NH농협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하루에 두 번이나 축포가 터졌다. 프로배구 ‘인천 남매’ 흥국생명(여자부)과 대한항공(남자부)은 같은 날 안방에서 정규리그 우승 축배를 들고 챔피언결정전에 안착했다.

흥국생명은 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농협 V-리그 여자부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 0(25-15 25-13 25-21)으로 완승했다. 20승9패(승점 59)를 기록한 흥국생명은 2007∼2008 시즌 이후 9년 만이자 통산 4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같은 곳에서 열린 남자부 경기에선 대한항공이 세트 스코어 3대 2(25-17 23-25 25-20 15-13)로 삼성화재를 꺾었다. 대한항공은 2010-2011 시즌 이후 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흥국생명은 2005-2006 시즌부터 2007-2008 시즌까지 3시즌 연속 정규리그 정상에 오르며 최강자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후 중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랐지만 현대건설에 2패를 당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박 감독은 지난 시즌 체력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를 중점 보강했다. 덕분에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후반에 들어서도 지치지 않고 선두권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기복 없는 플레이를 펼치는 외국인 선수 러브와 걸출한 토종 공격수 이재영 그리고 안정적인 세터 조송화 등으로 막강 전력을 구축해 마침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흥국생명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3시즌 만에 정규리그 패권을 차지한 박 감독은 경기 후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무 기뻐 자꾸 눈물이 난다”며 “주전 선수들이 다쳤을 때 공백을 잘 메워 준 후배 선수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챔피언결정전에 대비해 체력 회복에 집중하겠다”고 통합 우승의 의지를 내비쳤다.

흥국생명의 활약에 자극을 받은 대한항공도 우승을 일궈 냈다. 대한항공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는 이날 31득점(서브 에이스 7개 포함)을 올리며 원맨쇼를 펼쳤다. 대한항공은 매 시즌 우승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팀이다. 세터 한선수, 레프트 김학민 등 주전 선수들이 모두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특급이며, 비주전 선수들도 기량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리더십 부재 등의 약점을 드러내며 자멸했다. 2012-2013 시즌 이후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 못한 대한항공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우승 청부사’로 박기원 감독을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1980년대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한 뒤 이탈리아 리그 팀과 이란·한국 대표팀 사령탑 등을 역임한 박 감독은 스피드 배구로 대한항공의 체질을 확 바꿔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올해 66세인 박 감독은 “평소 오전 6시에 일어나 6시 20분에 출근한다. 젊은 감독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 술과 담배를 모두 끊었다”며 “우리 팀은 선수층이 두터워 교대로 출장시키며 상대 팀을 혼란시켰는데, 이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