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샨타 레트나싱엄 유네스코 민간사업협력국장 “전 세계 소녀 1억3000만명 교육 못받아”

입력 2017-03-07 21:04

“전 세계적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소녀들이 1억3000만명에 달하고, 문맹자(7억5800만명)의 67%가 여성입니다.”

샨타 레트나싱엄(60) 유네스코 민간협력국장은 7일 성차별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위험에 노출된 여성들을 위해 유네스코가 펼치고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소개했다.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후진국은 물론 내 고향인 영국 등 선진국에서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들과 균등한 교육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CJ 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의 유네스코 소녀교육 기부금 전달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내한했다. CJ그룹은 2014년부터 유네스코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개발도상국 소녀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유네스코 소녀교육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올리브영은 에코백 판매, 남산 나눔 트리, 기부 다이어리 판매 등을 통해 2015년 4800만원, 2016년 1억50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올해도 지난 1년간 모금한 4억3000여만원을 전달할 예정이다.

유네스코는 각국의 기업에서 받은 기부금을 2012년에 창설한 ‘소녀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위한 유네스코 펀드’에 편입해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 10여개국의 소녀 교육 지원에 사용하고 있다.

레트나싱엄 국장은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올리브영 같은 기업이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경제적인 기여 외에도 소녀·여성도 소년·남성들과 똑같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널리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레트나싱엄 국장은 유네스코 교육사업의 대표적 성공작으로 한국을 꼽았다. 그는 “한국인의 뜨거운 교육열과 뿌리 깊은 문화가 짧은 시간에 기적적인 경제발전을 이뤄낸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의 노래(K팝), 화장품, 전자제품에 열광하는 이들을 직접 보며 한국의 힘을 느꼈다고 했다. 1950년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한국이 어느새 세계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게 매우 놀랍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의 경제발전에 후한 점수를 줬지만 성평등 척도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박한 평가를 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각료, 국회의원, 대기업 고위직에는 여성이 매우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차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남성들에게 성평등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회사에 수유공간을 마련하면 여성 경력단절 해소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듯 작은 변화들을 꾸준히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