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얼굴 내민 꽃망울… “봄이 왔어요”

입력 2017-03-09 00:00
전남 구례군 반곡마을 돌담길의 산수유.
전남 여수시 영취산의 진달래.
전남 여수시 오동도의 동백
마지막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는 듯 꽃샘추위가 찾아왔지만 산과 들에는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하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꽃망울들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고 솔솔 불어오는 바람에는 향긋한 꽃향기가 실려 온다. 남녘에서 전해오는 꽃 소식을 따라 가벼운 옷차림으로 봄마중을 나서보자.

◇붉디붉은 꽃망울, ‘하나뿐인 사랑’ 동백=동백의 절정기는 3월 하순부터 4월 초다. 꽃잎이 낱장으로 떨어지는 여느 꽃들과는 달리 꽃송이째 툭 떨어지는 동백은 꽃이 지기 직전 가장 붉게 타오르며 강렬한 빛을 내뿜는다. 동백꽃에는 ‘하나뿐인 사랑’이라는 꽃말이 있다. 경남 거제시 지심도는 ‘동백섬’으로 알려져 있다. 지심도의 식생 중 50%가량이 동백으로 채워진다. 붉게 핀 동백꽃이 3월이면 해안선 훈풍을 따라 소담스런 자태를 뽐낸다. 전남 여수시 오동도 등대 옆에도 동백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섬 곳곳에 자리한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짙푸른 잎과 붉은 꽃잎, 샛노란 수술로 선명한 색상대비를 이루며 강렬하게 뿜어내는 자태가 장관이다. 충남 서천군 마량리(마량포구) 일대는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동백 명소다. 남녘보다 약간 늦게 핀다. ‘동백꽃주꾸미축제’가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이어진다.

◇눈처럼 봄이 내려앉은 매화=지리산 자락을 수놓으며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다 보면 하얀 꽃구름이 골짜기에 내려앉은 듯한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눈꽃송이처럼 희고 고운 매화가 마을 전체를 화사하게 장식한다. 봄철 섬진강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매화이지만 마을사람 대부분이 매화나무를 키운다는 광양시 다압면의 매화마을은 매년 3월 하얗게 만개한 매화꽃이 백설처럼 내려앉아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매화의 아찔한 향기가 묵은 겨울을 털어낸다.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등으로 축제는 취소됐지만 새콤한 매실로 만든 음식을 맛보면 입까지 즐거운 여행이 된다.

경남 양산시 원동마을에서는 매화나무 밭과 강 사이에 S자 곡선을 그리며 달리는 경부선 철길이 역동적이고 낭만적인 풍경을 펼쳐놓는다. 백매화, 홍매화가 고혹적인 향기를 뿜어내며 무릉의 화원을 장식한다. 오는 18∼19일 원동면 일원에서 ‘제11회 원동매화축제’가 열린다.

전통의 매화 명소를 제치고 부상하는 곳이 전남 해남이다. 1979년부터 조성된 이 농원은 46만㎡의 국내 최대 규모로, 눈꽃처럼 흰 매화가 터널을 이룰 만큼 아름답다.

◇팝콘처럼 터지는 벚꽃=도시 전체가 거대한 꽃송이로 변하는 진해는 벚꽃의 고장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좌천을 비롯해 경화역과 안민고개, 장복산공원 등 연분홍빛 벚꽃에 휩싸인 눈부신 풍경을 뽐내는 곳이 널려 있다. 기찻길 위로 분홍 꽃비가 내리고, 흥겨운 군악대 행렬이 어우러질 때가 가장 매력적인 순간이다. 진해군항제는 4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다. 섬진강을 벗 삼아 19번 국도를 타고 달리는 ‘십리벚꽃길’도 하얀 눈처럼 피어난 벚꽃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명소다. 남녘의 벚꽃을 놓쳤다면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 충북 청주 무심천변, 서울 여의도 윤중로 등을 찾으면 된다.

◇진분홍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진달래=여수 영취산은 봄이 되면 진달래로 온 산이 붉게 달아오른다. 30∼40년생 진달래 수십만 그루가 촘촘히 무리 지어 있는 이곳은 산중턱에서 정상까지 진달래로 뒤덮여 흡사 진분홍 물감을 뿌려놓은 듯 황홀한 풍경을 그려낸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음악회, 이벤트 등 다채로운 행사로 축제가 개최된다.

전남 강진의 주작산(475m)과 덕룡산(433m)은 알려지지 않은 진달래 명소다. 설악산 공룡능선 부럽지 않은 기암괴석 사이에 핀 연분홍 진달래가 화룡점정이다. 인천 강화군의 고려산, 대구 달성군 비슬산 등도 진달래 축제로 유명하다.

◇황금빛 ‘꽃폭죽’ 산수유꽃=산수유꽃은 흥미롭게도 세 번 핀다. 꽃망울이 벌어져 20여개의 샛노란 꽃잎이 돋아난 뒤 터지면서 하얀 꽃술이 드러난다. 왕관처럼 생긴 꽃술은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구례군 산동면에 들어서면 화려한 ‘꽃폭죽’을 터뜨리듯 피어난 산수유꽃이 황금빛 물결을 이룬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과 산수유 군락이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내고 오래된 돌담 위에 늘어진 산수유꽃이 서정미를 더한다. 오는 18일부터 26일까지 구례군 지리산온천관광단지 일원에서 산수유꽃 축제가 진행된다.

경북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 산수유마을에는 300년 넘는 산수유 3만여 그루가 노란 꽃잔치를 벌인다. 개울따라 밭둑따라 약 4㎞ 이어진 산책길을 걷노라면 온몸에 노란 물이 스며들 듯하다. 오는 25일부터 개최 예정이었던 제10회 의성산수유꽃축제는 취소됐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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