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로코퀸들… 박보영 웃고 신민아 울고

입력 2017-03-09 00:00
왼쪽부터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박보영, tvN '내일 그대와' 신민아, tvN '내성적인 보스' 박혜수

최근 지상파에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 드라마가 실종됐다. ‘로코의 여왕’들이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다. 현재 방영 중인 트렌디 로코는 박보영이 이끄는 ‘힘쎈여자 도봉순’(JTBC), 신민아를 앞세운 ‘내일 그대와’(tvN), 신예 박혜수의 첫 주연작 ‘내성적인 보스’(tvN) 정도. 눈에 띄는 건 신흥 드라마 강국으로 떠올랐던 tvN의 부진이다.

지난달 24일 첫 방송 이후 4회까지 내보낸 ‘힘쎈여자 도봉순’은 연일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1회 3.8%(닐슨코리아·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해 매회 1∼2%씩 증가하더니 4회에 무려 8.3%로 뛰어올랐다. JTBC 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무자식 상팔자’(9.23%)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인기 비결은 단연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다. 선천적으로 괴력을 지닌 도봉순(박보영)이 작은 정의를 구현해나가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그려진다. 사고 위험에 처한 버스를 단숨에 멈춰 세우거나 무고한 시민을 괴롭히는 불량배들을 일망타진한다. 자그마한 도봉순이 주먹을 날리면 덩치 큰 장정들이 몇 십미터 밖으로 나가떨어진다.

판타지적인 인물 설정을 B급 유머코드로 재치 있게 살렸다. 그 위에는 러브라인을 탄탄히 쌓아올렸다. 소꿉친구이자 형사인 인국두(지수)를 짝사랑하던 도봉순이 게임회사 CEO 안민혁(박형식)을 만나면서 심적 변화를 겪는다. 삼각관계는 흔하지만 기존 로맨스물 여주인공의 전형을 탈피한 도봉순 캐릭터가 신선함을 불어넣는다. 여기에 박보영 특유의 러블리함이 빛을 발한다.

반면, 높은 기대 속에 출발한 ‘내일 그대와’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내일 그대와’는 ‘오 마이 비너스’(KBS2·2015)를 통해 ‘로코 퀸’으로 각광받은 신민아의 첫 tvN 출연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제훈이 합류하면서 방송가 안팎의 관심은 한층 쏠렸다.

시작은 괜찮았다. 지난달 3일 방영된 1회 시청률 3.8%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복잡한 전개는 걸림돌이 됐다. 한동안 숱한 작품에서 다뤄진 타임슬립 소재에서 새로움을 찾긴 어려웠다. 시간여행자라는 설정도 이제훈의 전작 ‘시그널’(tvN·2016) 속 역할과 겹쳤다.

초반 좀처럼 살지 않은 신민아와 이제훈의 ‘케미’도 발목을 잡았다. 특히 신민아의 연기는 전작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인상을 줬다. 시간여행자의 아내 송마린 역을 맡은 신민아는 사랑스러웠지만,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주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일 그대와’는 2회부터 하락세를 타더니 결국 1.1%대까지 떨어졌다. 2% 내외 시청률을 유지하며 잔잔한 반응 얻고 있는 연우진·박혜수 주연의 ‘내성적인 보스’보다도 부진하다. ‘내성적인 보스’는 대인기피증을 겪는 홍보업계 1인자(연우진)가 친화력 강한 신입사원(박혜수)을 만나 점차 마음을 여는 이야기. 이 작품 역시 독특한 캐릭터로 로코의 진부함을 다소 지웠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