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왜 직장에서 하이힐을 신도록 강요받아야 하는 걸까.’ 영국 여성 니컬라 소프(27)가 2015년 직장생활을 하던 중 품었던 의문이다. 소프는 발이 부르트고 피를 흘리면서도 2∼4인치(5∼10㎝) 하이힐을 신어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구나 규정이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웠다. 소프는 결국 복장 규정을 거부했고 곧바로 해고됐다.
의문은 마침내 저항이 됐다. 소프는 온라인 청원으로 15만2000명의 지지를 받았다. 청원은 의회 청원토론회로 이어졌다. 영국 BBC방송과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하원의원들이 토론회를 열고 성차별 방지 관련법 강화를 재촉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그동안 쉬쉬하던 문제가 공론화된 중요한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의원들은 직장 내 차별로 고통받는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실태를 규탄했다. 청원위원장 헬렌 존스 노동당 하원의원은 “영국 여성들은 직장에서 이중 잣대에 시달리고 있다”며 “1950년대도 아니고 1850년대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길 퍼니스 노동당 의원은 “내 딸도 직장에서 하이힐을 신어 중족골(발목과 발가락을 이어주는 뼈) 골절로 고생한 적이 있다”며 “근무기간이 짧아 병원비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여성들은 신발뿐 아니라 손톱, 머리 색깔, 양말의 두께, 화장 고치는 간격까지 제한받았다. 심지어 판매 촉진을 명분으로 블라우스 단추를 풀라고 요구받기도 했다.
2010년 제정된 영국평등법은 직장에서 성별과 나이, 성적 지향성을 근거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했다. 청원위원회는 지난 1월 조사에 착수해 소프를 고용했던 업체가 평등법을 위반했다고 결론지었다. 또 직장에서 하이힐과 염색, 화장 등 복장 규정으로 고통받은 여성의 사례 수백개를 모아 ‘하이힐과 직장 복장규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업체는 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들여 굽이 없는 신발과 성 중립 복장을 착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하이힐 안신었다고 해고라니… 英 직장여성 드레스코드 논쟁
입력 2017-03-0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