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항상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는데 이제는 저를 수치스러워하십니다. 제가 그(최순실) 일당이 돼 버려서….”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비선실세 최순실(61·구속 기소)씨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광고감독 차은택(48·구속 기소)씨가 ‘이번 사건의 주범이 본인과 고영태씨가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울먹이며 이렇게 답변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장본인인 두 사람이 법정에서 대면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차씨는 “책임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도 “이 일을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지시한 사람들이 모두 다 본인이 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당하게 한 번만이라도 인정한다면 (최씨와 함께) 그때 일했던 게 수치스럽지 않을 것 같다. 최서원(최순실)씨는 지금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피고인석에 앉아 차씨의 증언을 지켜보던 최씨는 수시로 입가에 조소(嘲笑)를 머금었다. 차씨가 “최씨가 미르재단 업무를 모두 장악했다”고 말하자 자신의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차씨는 “미르재단과 관련된 영리사업을 하기 위해 최씨가 만든 회사가 플레이그라운드였다”며 “내 개인 회사인 아프리카픽쳐스와 플레이그라운드가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 캠페인(고잉홈)을 진행하자 최씨가 ‘너희가 다 해먹느냐’며 화를 냈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재판에서 차씨를 직접 신문하며 공세를 퍼부었다. 최씨는 “플레이그라운드가 미르재단을 위해 설립된 건 아니지 않느냐. 거기 모인 사람들은 (광고업계) 최고의 사람들 아니냐”고 말했다. 차씨가 “전문가가 모인 건 맞지만 논현동 회의실에서 본인이 했던 말이 있지 않느냐”고 반박하자 최씨는 “차씨가 나랏일을 하니까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내가 그렇게 한 건 아느냐”고 했다.
차씨가 “당시 나한테 그렇게 말했지만 재판과 언론을 통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면서 수치스럽고 창피하다”고 했다. 최씨는 “그건 언론에서 나온 얘기지 내가 사익을 취한 건 없다”고 주장했다. 최씨 측은 이날 특검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차은택 “최순실 일당돼 수치스럽다”
입력 2017-03-07 18:22 수정 2017-03-07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