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말레이 ‘인질외교’ 대치… 서로 상대국 국민 출국 금지

입력 2017-03-07 18:06 수정 2017-03-07 21:07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AP뉴시스

김정남 피살 사건을 둘러싼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갈등이 ‘인질 외교’로 번지며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북한이 7일 자국 내 말레이시아 국민의 출국을 임시적으로 금지하자 말레이시아도 자국 내 북한 국적자의 출국을 금지키로 했다. 양국이 정면 충돌하면서 국교 단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외무성은 조선(북한)에 있는 말레이시아 공민들의 출국을 임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을 말레이시아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사건이 공정하게 해결돼 말레이시아 내 우리 외교관과 공민의 안전 담보가 이뤄질 때까지”라고 이번 조치의 기한을 설명했다.

북한의 이런 초강경책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김정남 시신 인도 요구를 거부한 데 이어 북한과 비자 면제협정을 파기하고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를 추방한 것에 대한 보복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도 이날 자국 주재 북한대사관 관계자들의 출국을 금지했던 조치를 전체 북한 국적자로 확대하며 맞불을 놨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 긴급회의를 소집한 뒤 성명을 통해 “우리 국민을 붙잡는 이 끔찍한 행위는 모든 국제법과 외교 규범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있는 말레이시아 국민을 즉각 풀어줄 것을 촉구했다. 이어 자국 국민의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말레이시아에 있는 북한 주민의 출국을 막을 것을 경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의 단교도 정식 심의하기로 했다. 아마드 자히드 하미디 부총리는 “오는 10일 내각회의를 소집해 북한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매체 더 스타는 내각회의에서 북한과의 교역 문제도 안건에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북한에는 대사관 직원과 가족, 국제기구 종사자 등 말레이시아 국민 11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엔 1000여명의 북한 국적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